겹창 열린 틈으로 들어왔네 불 안 켠 거실 바닥에 광선검 내려 놓고 미약한 내 검술로 새벽을 자르라 하네 아직 윤2월 초순에 4월로 달려가는 태양력 수은주를 자르라 하네 이른 봄에 잠근 보일러 가스 관에 덧대어 삼경에 깬 수잠을 보듬어 주면 토막난 새벽을 주섬주섬 잠결에 첫 기차 소리 따라가는 그리움 보퉁이 귀퉁이 이운 달같이 둥글 거라 하네 달의 언어 나 아직 다 모르지만 어머니 아버지 형 그리고 더 아는 사람들 이슬 만(灣) 바닷가에 산다는 짐작들로 읽히는데 새벽이 먼동을 치켜드는 말미까지 시린 검날로 어제 밤 땋은 꿈타래를 자르라 하네 검술 도장에 안 가 본 나를 꾸짖듯 슥, 오른쪽으로 눈 안 띄게 움직였네 베인 내 가슴에 노란 피를 적시네. (윤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