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코로나19 2

마스크19-詩

마스크19 늘 가까웠던 공기를 밀어내고 내 입에 밀착한 놈이었다 위아래 입술을 통째로 부비면서도 깊숙한 혀 키스를 엿보는 놈 구취를 견디면서 허파를 공전하고 나온 숨을 온몸으로 빨아들였다 자전하는 등 뒤의 야채 같은 공기를 조금씩 바꾸어 들여보냈다 촉촉한 내 혀가 닿을락말락할 때마다 상하로 가슴을 떨었지만 법랑질 울타리를 너머 들어올 생각을 꿈에도 꾸지 않았다 놈의 등 뒤에는 야채밭을 짓밟고 온 스토커가 있었다 코와 입으로 동시에 허파까지 파고드는 속정 결핍의 사이코패스 막아준다는 구실로 양 볼까지 싸잡고 버티는 놈 놈의 보디 가드 철학엔 명제만 있을 뿐 논리가 풀잎이다 꽃잎에 입술 댈 때 서슴없이 비켜 선다 롱 타임 키스를 입 안에 넣을 때면 멀찍이 돌아서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모든 물기 빼앗기고 ..

글(文) 2020.05.04

주말 코로나의 산책 길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려고 방콕한지 며칠. 섬유질 근육이 풀린 몸 여기저기 힘의 보충을 부른다. 더 꼼짝말 것인가. 몸을 다랠 것인가. 패딩을 입고 KF94 마스크를 쓴다. 밖은 경칩을 앞둔 이른 봄의 햇살이 미세먼지 보통을 머금고, 금세라도 땅 위에서 아지랑이를 끓일 것 같다. 기온은 부드럽고 바람은 나지막하게 차갑다. 산수유가 엷은 노란 색의 미소를 소복이 나뭇가지 끝에 올려놓고 있다. 길섶 여기저기 자고 4판화의 개불알꽃이 짙은 초록 바탕에 흰 화심의 판란 꽃잎으로 점묘화를 그렸다. 한라산에서 흘러왔을까? 한라송이가 머메이드 라인 드레스 같은 자줏빛 꽃을 내걸고 있다. 강바닥 한 쪽으로 굽이쳐 흐르는 물가에는 청둥오리, 물오리, 원앙의 무리들이 모래밭에 앉아 광합성을 하고 있고, 날개를 퍼덕이며 몸을..

글(文) 2020.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