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부터 찬찬히
10포인트로 타자할 땐 빠르고 불규칙한 음보가
12포인트일 때는 조금 느리게
우산에 쓰는 걸 밑에서 들어 보면 일정하게
우산의 가청 영역을 최대한 활용하는 근성이 팽팽하다
휘어진 우산살을 빠뜨리지 않는다
찢어진 곳을 건너뛰는 법 없이 골고루
수분 적절한 자연을 어근으로 하여 적는 움직씨
툭툭 투둑 툭
말본으로는 외솔이 낙점한 후학이다
운문과 사설을 넘나드는 프랙탈 어투가 중심을 이루며
이 정도는 약간 적시는 깊이
소리 구사를 지양하거나 감상 지나친 문장을 억제하지 않는다
땅바닥에 쓸 때는 이응 받침이 많이 들어간다
여기저기 마구 휘갈기는 것 같다
양쪽 정렬하는 문단의 용모와 자태
고집 한 칸 들여쓰기와 내어 쓰기
갓돌 넘어 가로수 아래 멈추는 마음의 형용사는
사이시옷 넣는 법 잊지 않는 딸깍바리 걸음이다
15포인트 큰 글자로 한 권의 마침표를 향해 갈 때
반드시 써야하는 우산 그늘이 묵직한
쓰지 않을 때 부제로 국어를 꼭 잡는
흐린 날의 품사를 망라한 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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