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4/10 7

2024영천백일장

영천 그 긴 기억                                              조      린 저 단풍 물들어가는 나무들 사이에붉게 타오르는 그 곳에어느 나무 아래 계시나요가을이 다시 왔네요어머니 품에서 물들어가는 나뭇잎들로감싸여 소슬바람에 춤을 추며하늘엔 흰구름 가득해요하지만 그리움은 여전히 푸르죠생각나는 어머니의 빛나는 눈빛과 따스한 손길에내 맘은 아직도 서글퍼져요 이맘때가 되면 다시 여기 와야 할 마음이마악 더 붉어져요 어느 나뭇잎 그늘 아래저 멀리 산 깊은 새들 지저귀는 숲의 골짝에물길 굽이굽이 긴 강변에가을 다시 오면 함께 산에 들에 오가며그리움도 잠시 잊고 칭얼대는 시간을저절로 잊혀져가는 허투룸에 빠지지 않게요 물가와 산들 어디에나 이 가을 새겨 둘게요 어머니.   ----..

글(文) 2024.10.26

비 아래 가을

한 그루 모든 페이지에 가을 빽꼭히 적은 나무들이울긋불긋 넘치는 다색의 낱말을 충분히 다듬고 무르익힌 꾸밈씨들을땅 위에 전시를 한다계절의 신념을 촘촘히 수록한 내용을 다채롭게무작위 동작을 반복하는 랜덤의 작업 나무는 마감 날짜를 신경쓰지 않는다 바람과 비와 함께 세상에서 제일 큰  나뭇잎 모자이크 작품을 완성한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며 발꿈치로 읽고 느끼는 나무의 마스터피스도슨트docent  비의 조곤조곤한 설명이 귓가에 물방울 구른다 신발이 젖고 옷깃이 눅눅해지고가을 나무의 정기 작품 전시는 눈에서 망막 뒤로 깊숙이 젖어 든다.

글(文) 2024.10.22

채식의 고뇌(苦惱)

'채식주의자' 한 강 소설의 문장을 읽으면, 어감(語感)이 뇌로 가기 전에 가슴의 피부에 먼저 닿는 것 같다. 닿자마자 피하로 스며들어 곧장 세포의 세모막을 뜷고 세포질을 건너 세포핵 속으로 들어가 한 사람의 DNA를 읽는 느낌이다. 어쩌면 미토콘드리온에서 감성의 에너지를 얻고 심호흡을 하며, 핵소체(核小體)로 들어간 낱말이 세세한 DNA 정보를 서술하여 방출한다고나 할까...........대입하여 감상을 기술할 문법을 개인적으로 설정해 본다.   '채식'은 감당하지 못할 '결심'이 아니라 사람의 근원적인 문제라는 신념으로 읽힌다. 소설 속 화자(話者)를 통해서 전달하는 '영혜'의 채식주의 선언은 극단적이긴 해도 지구에 살면서 숙명적으로 고뇌해야하는 덕목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식(肉食)의 금지가 아..

글(文) 2024.10.21

리더의 품격 leader의 品格

'먼 사람은 친구로 삼고, 가까운 사람은 절친으로 삼는다' 는 말을 먼저 떠올린다. 카리스마 넘치는 통솔력만이 리더의 소양이 아닐 것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더욱이나 적과 동자를 아우르는 데에 목화송이 같이 피우고 수확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가까운 이웃을 배척하고, 먼 나라의 몰지각한(전쟁을 일삼는) 인물을 친구로 삼는 일은 심사하고 숙고하기를 자신의 경륜최상위 콘텐츠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 거 웃기는 소신일까? ㅎㅎ 나는 조그만 단체의 리더도 아니니까 저런 거창한  신념을 갖출 필요가 없다는 데서 출발한 생각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의 북한-러시아의 동행 싸이클을 보고 있으면, 그 조합의 내면에 흐르는 강의 맑기가 두만강 압록강만 할까 의구심이 생긴다. 남한의 일개 서민이 갖는 소소..

글(文) 2024.10.20

한 강, 세계로 흐르다

한 강( Han Kang 1970~)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한국의 대표 강(江) 한강을 떠올리게 했다.그 강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땅과 들로 흐르고 있다. 한국의 첫 노밸문학상은 예견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작품이 단지 한국의 어제 오늘을 담아 내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영문 번역가의 공도 크지만, 가장 한강다운 이야기와 필력이 세계의 마음과 정신에 스미어 들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지구 환경 위기에 예민한 스웨덴 정서에 맥이 닿는 한 강의 작품 세계가  수상에 다가가는 우연과 필연이 있지 않았을까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부전여전(父傳女傳) 소설가 아버지를 둔 결실이 당연한 가을처럼 화사하다.

글(文) 2024.10.11

단절과 요새 斷絶- 要塞 discontinuity and fortress

249.44832킬로미터 길이의 허리띠를 꽉 졸라맨 우리의 반도 땅은 가슴이 답답하다. 언제 이 허리 띠 풀고 산소 풍부한 숨을 맘껏 들이키며  평화와 번영을 배불리 누릴 수 있을지.... 호랑이와 곰처럼 꿈의 동굴 안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희망을 키우고 싶다. 단군(檀君)이 신화(神話)로 사라지지 않고 엄연한 전설(傳說)로 백두에서 한라까지 혼맥(魂脈)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땅 하나의 몸을 두동강 낸 흉인(凶人)이 못내 원망스럽다. 더구나 도적질 일삼는 해적을 조상으로 둔 나라의 사주를 받아 그 사단을 냈으니 땅의 몸을 온전히 하나로 허리띠 묶었던 역사의 거인들이 한없이 그립다.  북한이 그나마 정맥처럼 남아 있던 철로를 끊고 요새를 구축하면 전설의 맥을 자르는 것과 같다. 그러면 진짜 흐르던 민족의 ..

글(文) 2024.10.10

참(眞) 가을비

늦게 와서살갗을 가진 내 반응에 성그라니 닿는다민첩한 내 통점은 아픈 구간 슬쩍 건너쓸쓸한 구역에 닻을 내리면항해 중이던 삶의 이물칸에 가을이 만선이다 디지털 똑딱선(船)에 봄여름 싣고서희망의 이미지를 좇아 수평선을 넘어가면태양이 부팅하는 하루 하루 생활의 자판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삶이란 촘촘히 엮은 생활의 그물저인망 괘도 안에 갇힐 때마다 꿈의 비늘 반짝였다 꿈 한 마리 현실의 좌판 위에 눈알 부릅뜨면아직 소금기를 잊지 못한 등지느러미로 돌아가는 바다 호흡은 엔젤피쉬 꼬리 아래 난류 흐르고혹등고래 만큼 더 자랄 때까지파도 위로 가을비 소리 받아 적는다 꿈의 비늘 반짝이는 민첩한 살갗에 옮겨 적는여럿의 반응들이 예민하게 열매 익어갈 때까지.

카테고리 없음 202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