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철제 울타리에
지난 여름 한창 피었던 장미 지고
거뭇한 수과가 여물고 있다.
한 가지 끝에 아직 이승의 끈을 놓지 못한
시들은 장미 송이 하나......
고개 숙이고 꽃잎 처져 있다.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는데....
내년 유월에 다시 필 준비를 아직 못 마친 것일까.
화실 안에 사철 시들지 않는 장미
분홍 조화 장미
오히려 싱싱해서 낯설다
아직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따스해
저 장미는 질 맘이 없어 보인다.
인조 인간도 생겨나면
내내 이승을 떠나지 않을까?
꽃 지고
나뭇잎 가고
아는 사람도 가는 가을....
가시 남은 장미 나뭇가지에 다시 꽃이 피듯이
피안(彼岸)에 간 사람은
우리 기억의 가지에 다시 솟아나겠지.
사람도 꽃이 아닌 적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