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과일과 그릇을 설치해 놓고 그릴 여건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과일을 오래 놓아 두면 상해 버린다. 과일을 우아하게 받쳐 줄 그릇도 어울리는 게 흔치 않다. 그럴 때면 인터넷 이미지 사이트를 뒤진다. 깜찍한 구도(構圖 composition)를 갖추고 맛깔나게 조명한 사진이 넘쳐난다. 색깔과 내용이 변하지 않는 사진을 다운 받아 화면으로 보면서 천천히 오래 작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지는 이미지다. 실물이 풍기는 현실감(現實感 the sense forthe real)-리얼리티(reality)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실물(實物)과 나(我) 사이에 투명유리처럼 끼어 있는 이미지가 바로 사진(寫眞)이기 때문이다. 평면회화와 유사한 성질을 가졌으면서도 다듬어진 이미지로 밖에 그 이상의 표현 동기를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