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은 달력에서 숫자를 따라 온다예고된 자연수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아주 태연해서 그러려니 한다 햇살과 수은주 타고도 오는데은근슬쩍 올동말동 비에도 젖지만밤에는 서늘한 공기 속에 옹송그린다 나무에 귀를 걸고꽃잠에 빠진 움의 숨소리 듣는다작년에 앉았던 잔디 위에바람 따라 앉아도 본다 한 날냉이 따라 주방으로 와서잔설 아래 가꾸어온 향기를 풍긴다울엄마 저고리 섶 같은 냄새가 난다끓는 물레 데치면아버지의 쇠죽솥 여물 같은 냄새가 짙다 된장에 고추장 조금 넣고참기름 깨보숭이 뿌려 버무린다한 젓가락 입 안에 넣으면소스라치는 봄의 향기 정말로 온 봄이 온몸으로 퍼진다 봄이내 몸에서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