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봄이 머무는 곳

담우淡友DAMWOO 2025. 3. 11. 06:44

봄은 달력에서 숫자를 따라 온다

예고된 자연수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아주 태연해서 그러려니 한다

 

햇살과 수은주 타고도 오는데

은근슬쩍 올동말동 비에도 젖지만

밤에는 서늘한 공기 속에 옹송그린다

 

나무에 귀를 걸고

꽃잠에 빠진 움의 숨소리 듣는다

작년에 앉았던 잔디 위에

바람 따라 앉아도 본다

 

한 날

냉이 따라 주방으로 와서

잔설 아래 가꾸어온 향기를 풍긴다

울엄마 저고리 섶 같은 냄새가 난다

끓는 물레 데치면

아버지의 쇠죽솥 여물 같은 냄새가 짙다

 

된장에 고추장 조금 넣고

참기름  깨보숭이 뿌려 버무린다

한 젓가락 입 안에 넣으면

소스라치는 봄의 향기

 

정말로 온 봄이 

온몸으로 퍼진다

 

봄이

내 몸에서 분명해진다.

 

 

봄이 오는 우리 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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