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물든 나무에 가을이 달려 있다. 나무가 일상의 잎을 벗어 던지면 가을도 한 해의 생활을 마치고 세월의 뒤안길로 가버리겠지. 흐르는 시냇가 수면 위에는 차가워진 바람이 물비늘 밀어가고, 높은 하늘도 우후후 추운 것일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떠 있던 흰구름도 덩달아 물속으로 내려앉았다. 내 마음 속에 자라는 나무에도 노르랑 붉으랑 달려 있는 늦가을 상념(想念)들이 바람에 시린 발목으로 가라앉는다. 공간에 떠돌던 감기 바이러스도 덩달아 코밑으로 스미어 든다. 삭풍이 펄렁펄렁 겨드랑이 아래를 들추면, 피부 아래 저장 되어 있는 늦여름 더위가 꼼지락거린다. 마음의 갈피가 한참 얇았던 그 더위와 시냇가의 철새들......물가의 모래밭에 여럿이 앉아 해바라기하는 물오리 떼 가슴에도 스산해진 가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