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서 쌓여서 집앞에 눈사람을 만들었던 지난 동지 섣달. 순수한 아이들 발길에 눈사람은 부서졌고, 봄이 매화에 곁눈질하며 오다가 물가의 얼음을녹이고, 개구리를 깨우며 같이 왔다. 개나리 목련 불러 깨우고 이른 벚꽃까지 서둘러 복귀 시키더니 찬바람에 멈칫 시샘을 눈치 긁었다. 꽃샘을 모를리 없겠지만, 플라우어 시폰 원피스 입고 살랑이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드러난 종아리가 시려웠나 보다. 이미 떠났어야 할 동장군(冬將軍) 수하들(?)이 행짜를 부리고 있다. 봄이 시샘의 바리케이트를 넘어 단호하게 와야 할 결정을 못내리고 특유의 부드러운 안목과 성정(性情)으로 우유부단... 삭풍의 눈치를 보고 있다. 봄은 언제나 현명했다. 어김없이 꽃을 먼저 피워왔던 소신이나 깨끗한 연두빛 잎새를 피력할 때도 온화한 손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