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원에 가면 자기가 하는 말에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아 자기가 응답을 하는 분수가 있다 나무들이 가만히 서 있고 의자와 잔듸들도 잠잠하다 그네가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말 소리 내고 있지만 분수가 하는 말은 귓등으로 넘긴다 분수는 목청껏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잘 모른다 더운 바람이 뭔가 아는 눈치로 분수 곁을 지나가면 분수의 말투가 슬쩍 흔들린다 바람은 댓글도 없이 가버린다 분수의 말을 받아 적는 수면이 가장 잘 알아듣는 듯 윤슬 반짝이며 물결 짓는다 귀 없이 꼼꼼히 알아듣는 걸 보면 자기들끼리 통하는 언어가 제법 푸르다 사이사이 삽입 되는 새들과 매미의 참견이 겉돌지만 초록 빛깔로 동색이다 그 곁에 말없는 베롱나무 꽃이 얼굴 붉다 분수의 시원한 말 속에 은밀한 고백이 들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