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천변공원

담우淡友DAMWOO 2022. 9. 20. 08:53

그 공원에 가면
자기가 하는 말에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아
자기가 응답을 하는 분수가 있다
나무들이 가만히 서 있고
의자와 잔듸들도 잠잠하다
그네가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말 소리 내고 있지만
분수가 하는 말은 귓등으로 넘긴다

분수는 목청껏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잘 모른다
더운 바람이 뭔가 아는 눈치로 분수 곁을 지나가면
분수의 말투가 슬쩍 흔들린다
바람은 댓글도 없이 가버린다
분수의 말을 받아 적는 수면이 가장 잘 알아듣는 듯
윤슬 반짝이며 물결 짓는다
귀 없이 꼼꼼히 알아듣는 걸 보면
자기들끼리 통하는 언어가 제법 푸르다
사이사이 삽입 되는 새들과 매미의 참견이 겉돌지만
초록 빛깔로 동색이다

그 곁에 말없는 베롱나무 꽃이 얼굴 붉다
분수의 시원한 말 속에 은밀한 고백이 들었을까
꽃의 답글에는 해가 읽은 뜨거운 문장이 들어 있다
예민한 청각을 갖고 햇살을 읽는 둑 너머 얕은 냇물이 
분수와 같은 음정으로 너름새를 띄운다

분수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계속 되는 자기 응답
통역이 안 될 정도로 사람의 언어가 부족하다
바라보고만 있다.

 

 

달을 향한 마음의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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