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길섶을 지나간 내 나라의 대통령이 현재 열세 명이다. 첫 대통령은 세 글자의 이름과 휜 머리 그리고 흰 두루마기 모습으로 헐벗은 내 유년의 길섶을 풀잎 하나 거드리지 않고 지나갔다. 두 번째 대통령은 이름 석자와 어정쩡한 모습으로 조금 자란 유년의 정강이 아래를 슬그머니 지나갔다. 세 번째 대통령은 깡마르고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와 성장한 내 투표의 방향을 틀어 쥐고 지나갔다. 데모와 최류탄 연기가 자욱했지만, 누가 그 억압아래 청춘을 앗기든 나는 내 아버지의 근면으로 쌀밥을 배불리 먹고 학교까지 풀코스로 다닐 수 있었다. 네 번째 대통령은 그 가 왜 힘없는 통수권자가 되었는지 어렴풋이 아는 사이에 길섶의 가을바람처럼 지나가 버렸고, 다섯번 째 대통령이 대머리를 치켜들었을 때, 어? 저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