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설날 4

고향이 되다

내 삶의 산골짜기 맑고 푸른 상류 머리 물가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졸졸 내려 보냈네 지느러미가 자라고 꼬리가 길어진 후 그리움의 알을 낳을 때마다 거기로 다시 갔네 영원한 고향일 것 같았네 몇 번이고 되돌아가는 크고 멋진 연어가 되었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물가 밖으로 떠나 버린 후 그리움은 하류로 내려와 부화를 꿈꾸었네 종종 눈물이 실개천 흘렀지만 거기 삶의 알을 슬 때마다 소용돌이 수면 출렁이고 부화한 내일의 치어들이 지느러미와 꼬리를 키워갔네 곤들매기와 홍송어들이 알을 넘볼 때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여울목에서 나를 지켜볼 때처럼 삶의 흐름 구비마다 심안(心眼)을 산란했네 상류 머리 골짜기의 맑고 푸른 둥지를 잃은 뒤안길 물안개 서리는 하류 여울 찾아오는 연어들이 파닥파닥 자꾸 내일이 푸르러 가서 나 ..

글(文) 2024.02.10

설이 다가오네

나에겐 구정(舊正)이 없네 부모 형제자매 다 모여서 떡국 다례지내고 삶이 어쩌구 내일이 저쩌구 어쩌다 만두속 김치가 입밖으로 나오지만 모른 척 산적 하나 집어가는 설날이 있네 모사(茅沙)그릇 술을 부어 마시는 정월 초하루 단군기원(檀君紀元) 4357년 설날이 있네 해마나 새롭게 돌아오는 달(月)의 첫 맥박에 둥글어지는 대보름에 시름을 부럼깨고 횃불 지펴 그를 맞이하면 방패연에 실어 보내는 액땜이 밤새 밝은 그 정월 오곡밥 부른 행복이 아무리 옛스러워도 어찌 낡고 오래된 정월의 풍경이랴 서려기원 (西歷紀元) 신정(新正)이 뭐라하든 구정(舊正)은 내게 없네 윷놀이 삼세판에 설거지가 즐거운 설날이 있을 뿐 고향으로 달려가는 설날이 다가오네.

글(文) 2024.01.30

설 앞

쌓아 두었던 예감이 소진하면 보고픈 고향의 인센티브 더 이상 지급 되지 않는 사랑 카드 연두 빛 황금비율 네모 안에 고속도로와 실개천이 굽이쳐 흐르는 귀향 기시감의 근처 그믐으로 가는 새벽 달이 밝다 저 달 깜빡 눈섶 지워지면 헤진 삼베 옷고름 고쳐 매는 어머니 코 삭은 버선발로 뒷짐 지는 아버지 시간이 휘는 중력 위로 나는 듯이 오실 텐데 움푹 꺼진 성간의 골짜기로 별이 흐르고 어느 먼지에 부착 되어 촛불 앞에 나앉으실지 켜켜이 메밀적 시루떡 무 나물 생전으로 등불 아래서 밤(栗)을 치던 기일의 저녁으로 홍동백서 조율이시 가득한 제기 돌아 돌아 향로 위로 연기 오르실지 아직 괘도 밖의 별이 되기 전 지구에서 멸치 미역 우린 물에 끓인 떡국 한 술 뜨는 그리움 삼헌작을 모아서 음복할 즐거움이 솟는다 섣달..

글(文) 2023.01.10

우리는 모인다 지나간 시간을 모아 놓고 일 분 사이마다 기억을 재깍재깍 짚어 보려고 잊었던 시간 시간 읽어 보려고 서운한 때 있었지만 기뿐 시간 적었지만 싫어할 때 보다 좋아할 때가 더 많았던 초와 분 우리는 이렇게 모인다 다가올 시간을 모아 놀고 일 분 이 분 사이마다 내일을 재어 보려고 우리가 마련해야 할 시간을 가늠하려고 어려움이 있을 테지만 무거운 책임 25시겠지만 삼 분 마다 희망을 세우고 한 시간 쯤 재깍째깍 걸어 갈 길을 바라보며 실망 위에 살짝 절망도 지나겠지만 함께 다독이며 응원하며 모든 시간 모든 세월 시시때때 우리가 한 가족인 걸 그래, 그렇지, 그랬어 그렇게 말 마디마디 리본 지어 묶으려고 병균 대유행 한길에서 감염 여부 검사 후 마스크 벗고 우리는 모였다 웃음을 나누다가 더 보태고..

글(文) 202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