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킬로미터 폭으로 안개가 끼어 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입춘 소식이 한참 지났다. 오던 봄이 어디로 갔는지 뿌연 길섶에 바람만 차다. 나라 안의 곧은 길에 날씨가 안개를 치는지. 수 많은 입들에서 나오는 입김이 안개를 펴는 건지. 추측과 신념에서 뿜어 나오는 주장들이 일으키는 안개일지도 모른다. 판단과 주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조작으로 부풀어 오르는지도 모른다. 단핵 정국에 매일 뜨는 태양조차 안개에 가려져 있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 아니라 십리무중(十里霧中)이다. 미디어 화면과 화면이 연일 시비를 가리고, 앞길과 옆길이 대립해 부르짖고, 판단이 지혜를 건너 의혹에 빠지는가 하면, 논객이 논리를 뛰어넘어 교만에 빠진다. 혜안(慧眼)을 갈구하던 순수들이 편을 갈라서서 푸른 길섶으로 아전인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