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에서 나온 생각이 뇌리의 길섶을 따라 머릿속으로 들어올 때 그 동선 아래 병행하는 봄이 깔려 있다.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치면 볼의 피부 밑에 한기와 나란히 마주하고 있는 온기와 같은 형국이다. 이 겹침의 두 의식의 사이 안에는 삭제할 수 없는 동수상응(動須相應)이 있다. 꽃샘 한기의 높낮이(강약)에 따라 봄을 서둘러 느낄 것인지, 봄 생각을 아예 안 할 것인지 가늠하기 때문이다. 종종 까맣게 잊고 있다가 불쑥 봄을 상기하곤 한다. 이른 봄에 활짝 피는 흰 목련을 바라볼 때, 순백하고 탐스럽다는 생각 밑에는, '비바람 불면 금방 떨어질 거야' 라는 예상이 깔려 있다. 흰 꽃잎이 질 때면 보기에도 처참할 정도로 추(醜)하다는 기억이 조만간에 보기 좋았던 생각 위로 떡하니 솟아오르는 것이다. 좋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