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묘비 -朴權淑님
조담우
국판의 사이즈로 반듯하게 세운 한 권
지상에 꽂아 두고 간 그녀의 비문에는
한 생에 뼈를 갈아 쓴 필적이 선붉다
조용히 촛불 켜고 심지 돋워 읽으면
한 줄 한 줄 인용구로 타오르는 문장이
대지에 쏟아져내리는 햇살인양 뜨겁다
하늘 어느 간이역 기다리는 님을 만나
그리운 날의 저녁 놀을 새겨 두고 왔어요
영원한 그 품에 안겨 다음 생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