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딱하다

담우淡友DAMWOO 2022. 3. 12. 10:42

  날씨가 산수유를 먼저 피우기로 결정했다고
  나뭇가지 끝에서 삭풍에 깨춤을 추는 산수유 

  날씨가 목련은 나중에 피우기로 결정했다고
  나뭇가지 끝에서 옹크리고 있는 하얀 목련 
  
  봄을 가꾸는 일에 처음과 나중이 뭔 상관
  제각기 내는 향기가 다르고  
  나는 모양과 색깔이 같은 적이 없는데
  날씨가 새롭게 여기는 봄을 위해 할 일도 같은데  

  산수유는 스트로브 잣나무를 배경으로 샛노랗다
  자잘한 꽃을 소복소복 앉쳐서 오방향을 배 불린다
  다량의 열매를 예약해 날씨의 살림을 돕는다

  목련은 후원하는 우체국의 적벽돌 담벼락에 머리 기대고
  흰 색 날개의 깃털을 뚝뚝 떨어뜨릴 때까지
  잎사귀를 열지 못한다 
  봄이 다독이는 보슬비에 화이트 쉬폰 원피스가 마냥 젖는다

  웃음꽃 피는 산수유가 겸손해도 모자랄 봄
  창백한 목련이 슬퍼할 것도 없는 날씨
  둘다 물색없다
  철없다

  아직
  날씨는 오직 봄이다
  봄은 다만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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