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산수유를 먼저 피우기로 결정했다고
나뭇가지 끝에서 삭풍에 깨춤을 추는 산수유
날씨가 목련은 나중에 피우기로 결정했다고
나뭇가지 끝에서 옹크리고 있는 하얀 목련
봄을 가꾸는 일에 처음과 나중이 뭔 상관
제각기 내는 향기가 다르고
나는 모양과 색깔이 같은 적이 없는데
날씨가 새롭게 여기는 봄을 위해 할 일도 같은데
산수유는 스트로브 잣나무를 배경으로 샛노랗다
자잘한 꽃을 소복소복 앉쳐서 오방향을 배 불린다
다량의 열매를 예약해 날씨의 살림을 돕는다
목련은 후원하는 우체국의 적벽돌 담벼락에 머리 기대고
흰 색 날개의 깃털을 뚝뚝 떨어뜨릴 때까지
잎사귀를 열지 못한다
봄이 다독이는 보슬비에 화이트 쉬폰 원피스가 마냥 젖는다
웃음꽃 피는 산수유가 겸손해도 모자랄 봄
창백한 목련이 슬퍼할 것도 없는 날씨
둘다 물색없다
철없다
아직
날씨는 오직 봄이다
봄은 다만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