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커피 내리는 아침

담우淡友DAMWOO 2022. 2. 22. 07:21

온음표 원두 한 숟가락 분쇄기에 붓는다

커륵커륵  피륵피륵

원으로 긋는 오선 위로 퍼지는 사분음표

한 악절 끝에서 다카포 되돌아 또 한 악절

두 악절 완성한 새 악보를 거름종이에 옮기면

다갈색으로 번지는 산미 꽃향의 커피 한 곡

마주 앉은 뽀얀 눈빛 반 컵 붓고

마주친 끄덕 한 줌 뿌린 다음 둥그러니 젓는다

 

입술로 계명을 읽고

코끝으로 음향을 맡고

혀 끝으로 듣는 자연의 교향곡

목을 타고 내려가 가슴으로 퍼지면

머리 위로 점점 세게

허리 아래로 점점 여리게

피아니시모 밝아오는 창밖의 아침

 

마주 잡는 손가락으로 번지는 오늘의 화음

커륵커륵  피륵피륵 안단테 모데라토 주제곡에

아다지오 변주곡으로 한참 이어지는 한 모금 쪽 두 모금 쪽

 

코다, 

상아색 하트가 음표의 잔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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