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詩는 탄환 한 발 막지 못하네
포연 속으로 한 발짝도 못 들어가네
모니터 영상을 보면서 젖은 낱말을 찾은 다음
건조한 무선 화면에 펼쳐 놓고 마를 때를 기다리네
한 낱자 뉴스를 가장한 바람에 날아가
영상 귀퉁이로 사라질 때까지 받침만 다시 쓰네 그러면
겨우 한 줄 두운 없이 화면을 채우고
모음 잃고 흩어지는 자음을 자꾸 모으네
상흔에 밴드 한 쪽 붙이지 못하네
피빛에 물든 낱말이 각막을 뚫고 유리체를 건너 망막에 부딪치면
내 나라 전란 중에 태어나 살아 남은 아버지
파월 장병 수송선 아래 태극기 흔들던 어머니
그들이 만나 나를 시 몇 줄로 지었을 때
참전 용사의 문패를 가진 할아버지가 흑백으로 비치네
내 시는 기억을 잘 서술하네
두음법칙 구개음화 가리지 않고 명조체로 간직하네
돈바스 비극에 소리없이 우는 낱말 조곤조곤 내리 적네
쓰러진 아이 하나 안고 가지 못하면서
울부짖는 엄마의 비명에 맥놀이 따라가네
아주 잠깐 방아쇠를 맨 밑줄로 적어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