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중앙시조백일장 7월 장원

담우淡友DAMWOO 2022. 7. 28. 01:5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0187#none

 

[중앙 시조 백일장-7월 수상작] ‘상가 선박’ ‘열섬 항로’ 여름밤 표현 빼어나

‘거리의 상가 선박’, ‘열섬으로 잡은 항로’, ‘하늘 길 등대로 뜬 달’ 등 빼어난 표현과 더불어 시조의 정형과 리듬을 익힌 솜씨가 믿을 만하다. ‘무화과꽃 여인’은 묵직한 내용을 다루

www.joongang.co.kr

[중앙 시조 백일장-7월 수상작] ‘상가 선박’ ‘열섬 항로’ 여름밤 표현 빼어나

중앙일보

입력 2022.07.28 00:01

업데이트 2022.07.28 00:32

 〈장원〉

               

                     여름밤

 

 


                                            조성연

 

 

뜰안채 우방 화성 금류 한일 아파트호
고층 선실 불을 켜는 크루즈 출항 준비
거리의 상가 선박도 집어등을 밝힌다

열대야 강을 건너 열섬으로 잡은 항로
삶은 흘러 삼면 바다 뱃길 저어 돌아오듯
시원한 닻을 내리는 내일 아침 향해 간다

 

강아지풀 꼬리 젓는 저물녘 강변에서
하늘 길 등대로 뜬 달을 보고 흔들 때
바람은 상류 쪽으로 등을 밀고 있는 밤

 

 

 

발행지면
 

〈이달의 심사평〉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전통의 민족시인 시조를 빚기 위해 노력하는 투고자들과 함께 더운 여름날을 이겨내고 싶다. 퇴고를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이달의 장원으로 조성연의 ‘여름밤’을 올린다. 발상이 신선하고 말을 놓는 자리가 안정적이다. 초장, 중장, 종장을 풀어가는 시상의 전개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거리의 상가 선박’, ‘열섬으로 잡은 항로’, ‘하늘 길 등대로 뜬 달’ 등 빼어난 표현과 더불어 시조의 정형과 리듬을 익힌 솜씨가 믿을 만하다. ‘시원한 닻을 내리는 내일’을 향해 가는 삶의 눈길이 긍정적이다. 누구라도 무더운 여름밤을 보내는 일이 쉽지 않지만, 크루즈 출항을 준비하는 고층선실 아파트호를 상상하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다.   

 

                              시조시인 김삼환(대표집필)·강현덕

 

◆조성연

경북 김천 거주. 담우미술학원 원장. 10여 년 시조 습작. 2016년 청풍명월·이은방시조백일장 장원

 

 

 

 

>>>시작노트<<<<<

도시는 매일 밤 항해한다
                  -꿈을 싣고 출항하는 아파트 단지




  해가 마지막 승선 시간을 알리고 터미널 창을 닫으면
  정박해 있던 수 척의 크르즈 선실에 불이 켜지고
  집어등 밝힌 소형 고깃배들이 부산하게 오간다
  태백성은 서쪽에서 빛나고
  십오 층 선실의 크르즈 선박은 천천히 
  혁신 도시를 지나 광역시가 있는 쪽으로 움직인다

  주말 기러기 가족이 타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고 학원을 일찍 마친 아이들이 타고 있다
  그들은 공부가 아홉 층 높이다
  아직 불 켜지 않은 선실 승객은 식당 층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을 것이다
  갑판 위의 가로등에 밤바다 벌레들이 모여 춤추고
  매점과 오락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모형 가로수에 나뭇잎 영상이 바람에 나부낀다

  홀로그램 인파가 우현과 좌현 이물칸까지 북적인다 
  입장료를 내지 않은 적이 한 사람도 없다  
  주말의 기뿜이 넘쳐서 밤 물결 위로 홍염처럼 번진다
  달의 이슬만을 지나 은하수를 건너서
  이 선박은 잠이라는 이벤트로 이루지 못한 꿈을 자전한다

  삶이란 떠 있는 배 한 척의 시간이다
  어떤 승객은 증간에 하선해서 어두운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대개는 뒤척이는 렘수면에서 깨어난다
  샛별이 제자리에서 등대를 켜는 아침이면 
  해가 터미널 창구를 여는 시각에 맞춰 제자리로 돌아와 정박한다

  하선한 승객들이 관광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중호우  (0) 2022.08.16
자기기입식조사보고서  (0) 2022.08.08
녹색 잉크로 말미암아  (0) 2022.07.17
여름 K-팝  (0) 2022.07.10
달을 사랑한 꽃  (0) 2022.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