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집중호우

담우淡友DAMWOO 2022. 8. 16. 08:41

  나의 건기는 스무 고개 넘을 때부터였다
  자작고개 넘은 아침엔 조금 흐렸고 
  뺑치고개 넘어올 때 여름이 깊었다

  우기로 접어들 기미가 뒷산을 넘어왔다
  밤나무가 먼저 이슬에 젖었고
  꾀꼬리가 햇살을 물어다 음표를 걸었다

  빗방울은 연주 되었다 
  쟁반에 구르는 개복숭아 같았다


  서른 강을 건널 때 윤슬이 수면을 덮었다
  그 여름이 열 번 우기를 연습했다
  마흔의 바다에 달이 조금과 사리를 부추겼을 때
  해파리도 상어도 습기를 채우지 못했다

  세월은 가뭄처럼 건조했다

  쉰밥을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던 수십 번째의 여름
  어딘지 모르게 땅이 아프다는 전갈이 종종
  건기의 발열과 우기의 확진을 징검다리 건넜다

  아마 하늘이 땅을 보고 울었을 것이다
  나의 식사는 언제나 쉰내가 났고
  땡볕 여름이 반복하여 땀범벅일수록
  온난화의 수은주는 숨을 헐떡거렸다
  내 몸이 아프고 날씨가 아프면서
  
  아직 넘지 못한 고갯마루에 비구름이 걸렸다
  저 너머 목 마른 고구마 덩굴과 모든 텃밭의 고추들 
  늘어진 가지와 땅콩 잎을 그리며
  자꾸 이맘때의 슬픔을 반추했다

  빗물에 잠긴 보통의 생활이 엉엉 울면서

  내 몸에 되새김질하는 우기가 공명하고 있었다
  천둥이 맥놀이 따라 고개를 넘어갔다.

 

 

고개를 넘을 때의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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