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녹색 잉크로 말미암아

담우淡友DAMWOO 2022. 7. 17. 00:46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또 한 해의 일기를 꼼꼼히 적으려고 무수한 펜촉을 새로 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촉 끝을 뾰족하게 갈았다

 

쉬지 않고 햇살에 벼리는 동안 푸르게 단단해져 갔다

비를 머금어서 잉크로 저장하고 녹색으로 짙어 갔다

 

적는다는 건 운명이었다

물가의 모든 대지에 날을 적고 달을 쓰고

펜대로 자라는 식물의 지순한 목적이었다 나눔이었다

 

초록으로 적어간 글자들이 물가에 넘치고 대지를 뒤덮어

잉크가 떨어져 색이 변할지라도

갈대는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른 펜촉 소리를 내며

무수히 써 제낀 문장들이 어떻게 물가의 대지에 생의 의미를 읽히는지

바람에 꺾여도 음성의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녹색 잉크로 다시 쓸 때까지 갈대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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