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문득

담우淡友DAMWOO 2023. 1. 27. 08:48

평소와 같이 새벽 세 시 반에 깬 의식 속으로 꿈 반 생시 반의 고요가 흐른다. 현실은 베개 위지만, 의식은 잠의 결 속에 있다. '누워 있음'과 '일어나야 함' 사이에서 시간은 의식 밖에 있었고, 시작과 끝이 없는 적막이 빛도 없이 휘감겨 있었다. 왜 가만히 있을까 묻지 못한다. 깨어난 이유와 일어나야 할 명분도 다가오지 않는다. 지금은 곁에 있었지만, 오늘이 감지 되지 않았고, 내일은 더욱이나 기존하지 않았다. 뇌를 품은 머리가 베개 위에 있다 해도 뇌는 나를 알지 못하고, 머리조차 베개를 의식하지 않았다. 나는 베개 위에서 머리를 만지지 못한 채 '깨어남'의 옷고름을 붙잡고 있었다. 나를 낳은 엄마가 외가에 갈 때 억지로 떼 놓고 간 나의 머리가 구르지 않았고, 그 엄마가 곁에 없는 베갯머리는 어두웠다. 의식 속에 내가 있었지만, 그 주변은 아무 것도 없는 거나 같았다. 책상이나 노트북 심지어 태블릿 피시까지 연결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닿지 않는 공허가 철렁! 그 때까지 감지할 수 없었던 몸의 한 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물건, 모든 기억, 할 일이 있는 오늘에 관한 의미가 움직이지 않는다. 애착은 커녕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시간과 장소마저 로그인 되지 않는다. 어제까지만해도 그들은 내게 바싹 붙어서 채근하고 명령령하고 설득했는데, 그러면 나는 적극적으로 행위하고 밀어붙이며 실행했는데 베개마저 나의 머리를 밀어올리지 않는다. 뇌조차 지금 무얼 해야 나다운지 판독해 주지 않는다. '살아 있음'과 '죽어 있음' 사이에서 의식은 바보처럼 가만히 있고, 몸은 잠을 따라 나간 뒤 돌아온 정신을 담지 않고 있다.

 

이럴 땐 어찌해야 하나. 내가 나한테 묻다가 무조건 몸을 일으킨다. 마른 목에 물을 부어 넣고, 바지와 잠바를 입히고, 화장실을 만난 다음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운다. 우유와 바나나를 불러들여 빈 위를 달래고, 헬스클럽으로 가서 온몸을 채근한다. 살아라. 맥빠질 의향이 없으면 기를 돋워라. 흐릿한 정신을 두드려 깨운다. 연결 되지 않았던 컴퓨터를 불러 대화의 화면에 로그인 한다. 잊지 않은 비밀번호가 까닭없이 친근하다. 화면의 벌레 같은 문자들이, '너 살고 있네!' 언질을 준다     

 

아침을 깨우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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