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曜班의 수력(水力): 재능기부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그림교실
'설'은 있어 왔던 명분을 한 층 업 시킨다. 잠들지 않고 봄 여름 밖으로 나돌며 잠잠하다가 초가을 추석에 잠깐 세운다. 도토리 알밤 쫓아 구르다가 겨울 바람 따라 흰 눈 덮어 쓰고 지붕 위에 강설 쌓이듯 일어선다. 설날이 다가오면 어딘가에는 따뜻한 맘을 한 꾸러미 보내야 하고, 누구에겐가는 한 다발 눈꽃 같은 마음을 안겨야 한다. 그 명분을 '설'은 거부할 수 없는 의지로 내걸고 사람이니까 사람을 챙기라는 압력을 넣는다. 마음만 주면 손이 허전해 한과 한 상자, 곳감 한 꾸러미 심지어 건강기능 식약, 달걀 꾸러미에까지 압력을 넣는다. 물이 흐르듯 일상에서 특별한 날까지 마음 만큼 크고 푸른 명분을 가진 사람들에게 금빛 설빔을 안겨 줄 대상이 있다고 상기시킨다. 때로 물의 흐름은 분수처럼 현실을 거스른다. 꼭 전해야 할 명분이 있을 때 솟아오른다. 그 힘은 설빔의 한계를 넘어 금력(金力)을 휘두르는데, 무수히 맑은 물방울에 흠뻑 젖는다. '설'의 명분 앞에 젖은 몸으로 엎드린 수혜자는 덜덜 떨면서 고마운 변명을 물기 위에 서술한다. 저항할 수 없는 설의 명분이다. 미소와 감동으로 가슴은 뜨거워지는데 머릿 속의 이성(理性)은 냉엄한 자의식(自意識)에 눈을 뜬다. 아름다운 '설'의 명분에 감사를 하고, 그 명분이 어떤 원리로 순환하는지 생각을 곰삭인다.
수요일엔
스르르
물감이 녹아
하늘이 되고
산이 되고
꽃이 됩니다.
그 시구(詩句)를 생각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