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아난 흰색 화분에 붙은 뿌리파리 한 마리 슥,
인지 끝으로 누른다 점 하나로 문대지는 순간의 비명 한 음
으스러지는 뼈 마디 꺅, 들리지 않는다 향기 짙은 꽃에
아무 짓도 않한 너, 왜 개연성을 두리번거린다
다족이 북실북실 오바로크 못 친 겨울 옷 솔기 같은
그리마 한 마리 한 번에 탁, 꽃 장식 그림 화려한 메모장
그 투꺼운 표지가 스나이퍼 총기다 오늘의 치명상이
적혀 있다 돈벌레의 별칭이 별볼일없이 정오를 건넌다
좌변기에 앉은 시간은 오래 상아색 타일 벽에 머문다
시각 한 칸 물지도 않고 날아와 앉은 털파리 한 마리에게
쏴르르 내려가는 하수 소리 앞에 짝, 손바닥 소리를 쏜다
하수구 어느 주변에서 소꿉놀이 했든 안 했든 뭐, 왜
내가 나를 미안해질 때가 있었는지 더듬는다 어슴프레
거저리 보다 단백질 포함을 확장한 거무튀튀 바퀴벌레
고속으로 주방 바닥을 가로지를 때, 나는 영점 사격장에서의
긴장과 흥분을 떠올린다 곧 집중한다 숨음 멈추고
방아쇠를 당긴다 빗나간 적이 한두 번 아니다 교관의
'사로 봤! 소리의 백 미터 실거리 사격은 총성이 아름답다
카본 바퀴가 펑크난 벌레의 잔해는 명중 한 가운데 피어 있다
내 피를 저녁 식사로 갈무리하는 모기 한 마리 휙, 타닥
파리채로 저격을 한 뒤에 전투의 참상을 메모장에 쓴다
먹이 사슬에 묶여 있는 자연의 질서 어쩌고 저쩌고 곰비임비
무슨 소리, 개 소리도 반려가 되는 규범에 절레절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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