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하늘길 떠나는 이에게

담우淡友DAMWOO 2023. 2. 10. 07:56

눈마저 젖어 내리네요

버선발에 신 한짝 안 신었을 텐데

하늘 길섶 젖어 수의자락 괜찮을지

걱정은 무슨 

여기 남은 내 검은 옷자락이 젖으면

서들러 벗을까 봐

옆에 있는 사람들이 건조기 들먹일까 봐

저 길은 불편하지 않을 거란 확신을 인증하며

받쳐드는 우산 위로

온통 젖은 하늘이 하늘하늘 내리네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란 

끄덕끄덕 확인 옆에

취소 자국 침을 적셔 손등을 눌러대도

종료 밑을 지나간 화면으로 가득차는 기억들

우리 언제 눈을 뭉쳐 던지기를 했었죠

맞아서 젖어가는 가슴에 얼굴 묻어 웃으며

눈이 오면 나 대신 눈사람이 남을 거야

두 눈 없이 겨울 하늘 건너가는 내 맘처럼

땅 아래로 스미어 들 때까지 

지켜만 보라고

안심은 무슨

흠뻑 젖은 기억이 흘러내려 어마지두

검은 양말 벗을까 봐

얼굴에 닿은 진눈깨비 후딱 씻을까 봐

 

잘가, 하고 마음의 화면 닫을까 봐 

쓰린 부위 환히 켜 놓습니다

형.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결시대連結時代  (2) 2023.02.23
이면도로 고양이  (0) 2023.02.11
4357 입춘방立春榜  (0) 2023.02.07
어머니를 소환합니다  (0) 2023.02.04
문득  (0) 2023.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