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내가 기억하는 나를 잊는 것
침묵 긴 개울이 몸 가운데로 흐르고
내가 어느 물가에서 머뭇거리든
어느 여울에서 맨발을 담갔든
내가 나를 기억하는 사철 저녁마다
잊을 수 없었던 개밥바라기를 바라보지도
노을에다 붉어진 눈을 붙여넣지도
그 때의 가슴 타는 순간에서 빛나던
내가 나를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내가 잊는 것
나를 기억하려고 애썼던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으며
언젠가 그들을 생각하지 않았던 날들을
낱낱이 기억의 뒤편으로 밀어내며
내가 그들을 잊지 않았던 나의 됨됨이를
잊지 않으려고 애쓰던 아침과 한낮의 눈부신 기억에 대해
아, 그 게 나의 봄이었을지라도
가식 훌훌 벗어던졌던 여름날의 자맥질이었다는 것
얼음 아래 흐르는 도랑물조차 차가워지지 않는
언제 꽃이 피든 다시는 잊지 못하는 나에 대해
나를 까맣게 잊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