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종명終命

담우淡友DAMWOO 2023. 11. 4. 07:29

   죽음이란 
   내가 기억하는 나를 잊는 것
   침묵 긴 개울이 몸 가운데로 흐르고
   내가 어느 물가에서 머뭇거리든
   어느 여울에서 맨발을 담갔든
   내가 나를 기억하는 사철 저녁마다      
   잊을 수 없었던 개밥바라기를 바라보지도
   노을에다 붉어진 눈을 붙여넣지도 
   그 때의 가슴 타는 순간에서 빛나던
   내가 나를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내가 잊는 것
   나를 기억하려고 애썼던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으며 
   언젠가 그들을 생각하지 않았던 날들을  
   낱낱이 기억의 뒤편으로 밀어내며
   내가 그들을 잊지 않았던 나의 됨됨이를 
   잊지 않으려고 애쓰던 아침과 한낮의 눈부신 기억에 대해
   아, 그 게 나의 봄이었을지라도
   가식 훌훌 벗어던졌던 여름날의 자맥질이었다는 것 

   얼음 아래 흐르는 도랑물조차 차가워지지 않는
   언제 꽃이 피든 다시는 잊지 못하는 나에 대해
   나를 까맣게 잊는 것이다.

 

 

 

기억은 쌓이는 게 아니라 잦아든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듭  (0) 2023.11.10
붕어빵  (0) 2023.11.08
  (0) 2023.11.01
광주호 여행기  (0) 2023.10.13
시조時調 한 수  (0) 2023.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