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붕어빵

담우淡友DAMWOO 2023. 11. 8. 18:40

입동(立冬)의 입김이 차다. 볼에 입맞춤을 하는데 놀라서 얼른 떨어진다. 어루만지는 귓불조차 시려서 옷깃을 올린다. 거리의 길바닥에 구르는 낙엽마저 옹송그린다. 그림 그리는 화실 안을 비치는 아침 햇살이 아직 찬데 김이 무럭무럭 나는 붕어빵 한 봉지를 들고 들어온 이가 반갑다. 여러 명이 두 개씩 받아서 입동 입맞춤에 얼었던 입이 구수하게 녹여 준다. 즐거운 웃음이 번진다. 한 개를 붕어의 머리부터 입술 안으로 밀어 넣는다. 붕어는 거부하지 않는다. 파닥이지도 않으면서 따뜻하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고 했다. 빵이 된 붕어가 붕어일리는 없다. 하지만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붕어빵은 이름을 남긴다. 꼬리까지 모두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기 전과 들어간 후에도 그 이름은 사라지지 않는다. 맛있는 이름이다. 붕어라는 이름이 붙어서 붕어빵이 되어 일생을 마친다. 추위와 더불어 와서 호호 입술과 짧은 순간의 사랑을 맺는다. 온몸을 바치듯 후회없는 삶을 마친다. 

그 삶의 여운이 입안 가득 맴돈다. 그를 사가지고 온 사람의 온도가 수은주 높이 다다르고, 먹은 사람의 몸속으로 사라진 그의 살신(殺身) 보시(布施)에 기억이 따습다. 그는 사라지지만 이름은 잊혀지지 않는다. 

 

두 마리 중에 한 마리는 먼저 입에 넣고, 나머지 하나는 입을 맞추기 전 인증 샷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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