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막 겨울잠에서 깼네. 하품을 하는지 비가 찔끔 볼에 젖네. 눈곱 낀 미세먼지를 훔치고 나뭇가지 팔벌려 아침 하늘 쳐다보네. 회색 구름을 덮었지만 포근한 차렵이불이네. 서쪽으로 걷어차서 산 능선 위로 구겨진 기슭의 숲. 자명종이던 새 소리 반복해서 울리고, 부지런한 거리의 차들 창밖에 들리네. 잠옷 부드러운 한 자락 당기면, 그친 비 눅지근한 종아리, 뿌리치지 않는 손목이 머리맡 허브 꽃병. 겨울의 잔해 부스스한 머릿결이 화르르, 뾰족하게 내민 입술로 모이는 앙살을 다듬네. 흘긴 눈이 깜찍해서 나머지 손목, 저, 저 지난 겨울 움추렸던 고집을 좀 봐! 이 번 봄에는 꼭 진달래를 그릴 거야. 화실 구석에 밀린 작은 캔버스를 핑계 삼네. 표독스러웠다가 금세 호홋 둥그러지는 미소.............오! 귀여운 선잠이 아직 남은 얼굴의 봄, 봄. 아직 거실로 나가지 않네. 안방 건너 방 기다리는 갑진년 청룡, 즐거운 설날, 여전히 뜨거운 삼일절 태극기. 봄은 이슬비로 얼른 씻고 사쁜사쁜 오려나. 기다리는 마음 버린 적이 없네. 포기해도 올 거란 믿음 져버린 적 한 번 없네. 하품 소리 더 들리지 않네. 입술에 닿은 봄의 입술이 선득하니 보드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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