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 강 소설의 문장을 읽으면, 어감(語感)이 뇌로 가기 전에 가슴의 피부에 먼저 닿는 것 같다. 닿자마자 피하로 스며들어 곧장 세포의 세모막을 뜷고 세포질을 건너 세포핵 속으로 들어가 한 사람의 DNA를 읽는 느낌이다. 어쩌면 미토콘드리온에서 감성의 에너지를 얻고 심호흡을 하며, 핵소체(核小體)로 들어간 낱말이 세세한 DNA 정보를 서술하여 방출한다고나 할까...........대입하여 감상을 기술할 문법을 개인적으로 설정해 본다.
'채식'은 감당하지 못할 '결심'이 아니라 사람의 근원적인 문제라는 신념으로 읽힌다. 소설 속 화자(話者)를 통해서 전달하는 '영혜'의 채식주의 선언은 극단적이긴 해도 지구에 살면서 숙명적으로 고뇌해야하는 덕목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식(肉食)의 금지가 아니라 '거부(拒否)' 라는 영역에서 '돌아보아야 할 생각'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채식, 육식주의자도 아닌 나로서는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일단락 지으려는 내심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설득력 있는 예민한 문장에 매료 되어, '이건 진짜 고통이야!'를 연발했다.
3부작 1. 채식주의자에서는 영혜의 남편을 화자로, 2. 몽고반점에서는 영혜언니(인혜)의 남편(형부)을 화자로, 3. 나무 불꽃에서는 언니 인혜를 화자로 영혜의 채식주의를 채식 뿐이 아닌, 채식에서 외연 확장되는 '생각지도 mind map)' 같이 일상과, 예술, 성적 괴뇌 등 세심한 감정의 묘사와 서술이 읽는 마음을 집중 시킨다. 268페이지의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나무와 불꽃 챕터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영혜가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나무가 거꾸로 서있다고 피력하는 부분과 인혜가 파란불꽃으로 서술하는 장면에서는 나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 주었다. 어쩌면 초기 지구를 뒤덮었던 '와티에자( Wattieza) 나무에 대한 향수마저 느끼게 하며 지구환경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내 생각~^^*).
치열한 '채식주의( veganism)'를 읽고 그 문학성에 흠뻑 빠졌지만, 나는 여전히 채식을 주로 하지 못할 것이며, 그렇다고 육식주의( Carnism / Meat Eater)를 선언하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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