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사람은 친구로 삼고, 가까운 사람은 절친으로 삼는다' 는 말을 먼저 떠올린다. 카리스마 넘치는 통솔력만이 리더의 소양이 아닐 것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더욱이나 적과 동자를 아우르는 데에 목화송이 같이 피우고 수확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가까운 이웃을 배척하고, 먼 나라의 몰지각한(전쟁을 일삼는) 인물을 친구로 삼는 일은 심사하고 숙고하기를 자신의 경륜최상위 콘텐츠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 거 웃기는 소신일까? ㅎㅎ 나는 조그만 단체의 리더도 아니니까 저런 거창한 신념을 갖출 필요가 없다는 데서 출발한 생각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의 북한-러시아의 동행 싸이클을 보고 있으면, 그 조합의 내면에 흐르는 강의 맑기가 두만강 압록강만 할까 의구심이 생긴다. 남한의 일개 서민이 갖는 소소한 일상의 근심 같은 것이지만, 단군조산으로부터 고구려 백재 신라 삼국을 건너 통일신라를 지나 고려, 그리고 조선을 한강으로 흘러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역경(?)을 알고 느끼는 데에는 남북한 일개 서민의 소회가 8,90프로 동일할지도 모른다. 특히 남북한에 흩어진 가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면 더욱 1945년 이후 한반도의 비참하고도 슬픈 경과를 몸서리치지 않을 경우가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의 그릇 된 리더가 불러온 재앙과 그 후유증으로 두동강난 민족의 수난은 아무리 곱씹어도 그 쓴 맛이 가시지 않는다. 6.25 참전용사를 아버지로 두고, 철원 휴전선 구간에서 군복무를 마친 나로서는 남북한의 정세가 혼탁하게 흘러가는 역사의 강가에서 웃기는 상심에 발목이 저절로 젖는다. 새삼 강직하고 호전적인 고구려를 연꽃 같은 화심(花心)으로 삼국통일 속에 끌여들였던 신라의 정신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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