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16도(경기도,강원도,충청남북도,경상남북도,전라남북도,함경남북도,평안남북도,자강도,양강도) 중에서 남북에 걸쳐 제법 큰 강원도의 별칭은 '감자바위'다. 유사이래 육이오 전란 앞뒤 화전(火田)이 많았고, 산악지대의 건조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감자 재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거의 주식(主食)이라 할 정도로 열악한 살림살이 시대에 효자 식품이었다. 감자떡을 비롯해 감자전, 감자범벅 등 한동안 서민의 음식으로 든든한 바탕이 되어 왔던 뿌리채소의 하나였다.
감자 전분을 내어 빚은 감자떡은 식감이 쫄깃쫄깃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재질감이 투명하여 보기에도 깔끔하고, 팥이나 깨, 밤 등을 넣은 소와 어우러지는 맛의 풍미가 일품이다. 시루에 쪄서 내면 약간 거무스름 회색빛이거나 짙은 회색이어서 송편 및 일반 떡 종류와 다른 모습을 띄며 독특한 인상을 준다.
나는 바로 감자가 많이 재배 되고 소출이 나고 있는 강원도 출신이다.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 그리고 메밀을 많이 먹고 자란 두메산골 사내다. 감자떡이나 옥수수 고구마 메밀 등을 대하면 몸에 익숙한 반응이 인다. 품질이 좋건 안 좋건 바라보면 정감이 가고, 한 입 베어 물면 고향의 맛을 듬뿍 느낀다. 더구나 감자의 쫄깃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입에 닿으면, 빠른 속도로 고향 산천으로 달려가는 '의식의 흐름'에 기가바이트급 광대역 통신망을 얻는다. 어머니의 손길이 다가오고, 누나의 떡을 빚는 서투른 솜씨가 미소를 띄며 편승한다. 아버지와 형님의 곡괭이와 감자씨를 넣은 재거름 삼태기가 그 끝에 놓여 있고, 감자농사의 풍년을 예언하는 할머니의 당연한 노파심도 아릿해져 온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같은 메밀밭이 먼 기억의 밭으로 펼쳐지고, 제사 때 맛 볼 수 있었던 메밀전의 담백한 맛이 뇌리를 돌아나와 입 안에 감돈다.
밥을 지을 때 넣은 감자는 잘 익은 채로 밥냄새와 구수하게 어우러져 식탁의 밥맛을 풍요롭게 만든다. 그릴에다 구운 감자는 그 구수함이 배로 높아져 노오란 속살을 후후 불며 한 입 두입 먹기라도 하면, 즐거운 입김이 호호 어느 한 저녁나절을 행복하게 장식한다. 전으로 부쳐 먹으면 메밀전과 또 다른 식감으로 밀가루전과 아주 다른 식감을 흡족하게 안겨 준다.
감자떡과 메밀전을 지인으로부터 받은 날.........저녁에서 아침까지 고향의 맛에 빠지는 기분이 즐거운 향수로 한껏 구수하게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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