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나의 확증 편향 確證偏向

담우淡友DAMWOO 2025. 2. 20. 09:23

 내 삶의 길섶을 지나간 내 나라의 대통령이 현재 열세 명이다. 첫 대통령은 세 글자의 이름과 휜 머리 그리고 흰 두루마기 모습으로 헐벗은 내 유년의 길섶을 풀잎 하나 거드리지 않고 지나갔다.  두 번째 대통령은 이름 석자와 어정쩡한 모습으로 조금 자란 유년의 정강이 아래를 슬그머니 지나갔다. 세 번째 대통령은 깡마르고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와 성장한 내 투표의  방향을 틀어 쥐고 지나갔다. 데모와 최류탄 연기가 자욱했지만, 누가 그 억압아래 청춘을 앗기든 나는 내 아버지의 근면으로 쌀밥을 배불리 먹고 학교까지 풀코스로 다닐 수 있었다. 네 번째 대통령은 그 가 왜 힘없는 통수권자가 되었는지 어렴풋이 아는 사이에 길섶의 가을바람처럼 지나가 버렸고, 다섯번 째 대통령이 대머리를 치켜들었을 때, 어? 저 사람이 어떻게 내 나라의 수반이 되었지? 의문 사이로 봄바람이 불 때 억지로 사슴을 가둔 기억이 아슴하다. 쟁취한 권력을 가지면, 일개 도시를 쓸어버릴 정도로 무서워지는구나 ! 머리 끄덕이는 임기동안 사람이 되기전에 무엇이 먼저 되어야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여섯 번째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과 바턴을 주고 받을 때, 나는 내가 어떤 국민이 되어야 하는지 모른 채, 선거철 돈 봉투로 작은 미술학원 원내 미술대회를 열었고,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라는 화두를 엿보고 있었다. 일곱번 째 대통령은 정치 마당에서 얼만큼 교활해야만 정성(精誠)을 갖출 수 있는지 여덟 번째의 대통령과 난형난제 시이시오 게임을 할 때, 세계화(世界化)가 IMF를 건너가는 길목에서 그래도 정성이 먹혔네 했다. 여덟 번째의 대통령은 이름 석자답게 큰 그릇에 남북한의 정서를 비빔냉면처럼 면발 사려 넣는 모습 언저리에서 탄성의 젓가락을 달가락거릴 수 있었다. 아홉 번째 대통령이 연단에 섰을 때, 나의 무르익은 대인 감정은 저 분은 국민의 숲에서 짙푸르게 자라는 한 그루 나무였다. 솔직한 의중을 단단한 무기로 삼고, 권력이 아닌 신념으로 국태민안을 도모하는 사이, 탄핵의 강을 건너는 모습조차 담백하고 의연했다. 아직도 부엉이 우는 산 바위가 묘비처럼 눈에 어리는데, 한 재벌 그룹 최고경영자 출신의 열 번째 대통령이 가여운 전임 대통령 하나 케어하지 못 했을까 당치도 않은 생각을 했다. 그 열 번째 대통령의 대형 토목공사는 멋진 풍경을 낳았지만, 퇴임 후 영어의 몸이 되었을 때, 왜 죄목을 얻어야 했는지 정치의 생리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열한 번째의 대통령이 역대 세 번째 대통령의 유훈을 이어받아 꽃으로나 필듯한 국민의 리더가 되었을 때, 아! 우리 나라에도 모란꽃이 향기 대신 품위를 미풍에 퍼뜨리겠네~♪ 소(牛)처럼 나라 경제를 일구던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안타깝게 탄핵의 수렁에서 반론 한 번 구걸하지 않고 영어의 가시덤불 속에서 재야로 돌아가는 모습에는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야 인간(人間)이 됨'을 서술하고 있었다. 열두 번째의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에는 아홉 번째 대통령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 되어 그 답게 적폐(積弊)를 청산해 가는지 궁금했다. 퇴임 후의 대형 사저 건축이 열 번째 대통령의 사저와 함께 지상의 누각으로 비춰지는 게 이상했다. 내가 이상하게 느껴진들 하등 문제될 게 없는데, 재임 시절 열 세번째 대통령이 되기 전의 인물을 검찰 수반으로 발탁한 계기가 무엇인지 두고두고 의아했다. 그 의아함은 열세 번째의 대통령이 선거 기간 동안 손바닥에 '王' 자를 써가며 손을 흔들 때 이질감으로 증폭 되었다. 그리고 탄핵의 대로에서 좌우고면하는 모습이 모질게도 구차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어느 대통령이든 내 삶의 잔풀 우거진 길섶을 지나갔을 뿐, 내가 그들의 한길가를 지나간 적은 없다. 겨우 선거철 투표용지 이름에다 '사람 人' 붉은 도장으로 내 나라의 바른 대통령이 되라고 염원을 날인 했을 뿐, 그들은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그들이 나를 모르는 것처럼 열 세 명 모두 내 삶의 길섶을 지나간 건 언급할 명분조차 일절 없다. 그런데 나는 왜 일국의 대통령이면서 자신을 속이고 억지 주장을 펴는 인물에게 적대감을 갖는 것일까. 내 삶의 길섶을 지나가지도 않았고, 내가 그의 한길가를 지나가지도 않았으면서 저 대통령은 대통령 감이 아니야 라고 생각 거듭하는 것일까.'아니 不, NOT'이라는 구실을 찾아  맞아! 틀림없어! 그 생각을 자꾸 다져가는 지금의 대통령에 대한 내 성향은 역대 대통령에 대한 소회 및 기억 그리고 느낌과 사뭇 다르다. 그는 아니다. 나는 편협(偏狹   closed-minded)한 것일까?  

 

 

 

하늘과 산과 물만 같아라(김천 직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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