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병아리 떼 뿅뿅뿅

담우淡友DAMWOO 2025. 4. 26. 08:47

 집앞 공원 놀이터에 근처 유치원 아이들이 뛰어 다니고 있다. 미끄럼틀과 그네와 시이소오랑  '하루생활계획표'를 수행하고 있다. 잎새 푸르러 가는 나무들이 빙 둘러 바라보고, 내려다 보고 있는 눈부신 햇살의 시선이 빠짐없이 총총하다. 가끔 부드러운 바람이 다가와 아이들을 만진다. 아이들은 바람에 신경 쓰지 않는다. 햇살이 아무리 밝아도 눈을 가지리지 않는다. 미끄럼틀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아이들을 안아 주고 밀어 준다. 가만히 서 있던 그네가 활기차게 움직인다. 아무렇게나 올라 타도 시이소오는 불평하기는 커녕 머리가 땅에 쥐어박혀도 발랄하게 튕겨 오른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문장을 뛰어 넘어 기후의 언어로 퍼진다. 나무가 듣는 푸른 어투다. 햇살이 엿듣는 금빛 어휘다. 바람이 살짝 주어 담고 가는 낱말의 언어다. 작은 새의 노랫말을 닮은 가사이며, 스물한 번 낮과 밤을 지새면 세상으로 나오는 병아리 탄생의 한 페이지다. 어미닭 같은 부인이 듣고 있으면 놀이터 앞의 벤치에 자장 노래처럼 눈이 감긴다. 3층 내 방에서 듣고 있노라면, 내 삶에서 지나간 병아리 시절의 산문(散文)이 페이지 페이지 페이지 넘어간다.

 닭장의 병아리 떼처럼 파닥거리는 형제들이 있었다. 인구 밀도에 틈을 메우던 수(數)였다. 든든하고 어여뿐 국민의 바탕을 이루며 나라의 미래가 바글바글 와글와글 희망이 넘치는 예상을 만들어 갔다. 놀이터는 충분했고, 학교는 만원이었다. 그게 전설이 되는 임계점이 멀고 희미한 소실점에 다다랐을 때, 더 이상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의 왁자지껄이 들려오지 않을 때............좁다란 학교 운동장에서 철조망 울타리로 새어 나오는 아이들의 소리는 참새들의 지저귐 보다 생기 넘쳤다. 한적한 공원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유치원 아이들의 개나리 병아리 개나리꽃 쫑쫑쫑 노래가 꽃 피는 화단(花壇)이었다. 

 엄마의 젖이 그리워 우는 아기 소리가 들지 않은지 오래된 앞집 옆집 뒷집의 적요한 창문을 마주대할 때면, 저 집의 아들 내외나 그 집의 결혼한 딸 혹은 뒷집이 기혼 아들이 아이 하나, 아이 제로, '내 삶을 온전히 누리고 싶다구요.' 마을 전체 위로 흐르는 '아이 갖지 않는 세풍'에 참 조용하다~ 적막하다!!!!!!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아파트 아래층 윗층의 다툼이 부러울 지경이다. 

 정말 '나의 온전한 삶의 즐거움을 위하여' 병아리 털 뽀송뽀송한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을 것일까? '젊음의 이기(利己)'가 인구 절벽에 핀 진달래일까???????

 공원 놀이터 유치원 아이들의 빠약삐약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공원 잔디밭 가장자리의 철쭉꽃이 화사하다, 갓 결혼한 옆의 옆집의 신부처럼 짙게 아름답다. 아기의 삐약삐약 노래는 길고 지루한 부부의 일생길에서 길섶의 들꽃처럼 계절의 순환을 따라 꽃밭을 만드는 꽃모종일 것이다. 지구에 한 번도 피지 않은 적이 없는 사람의 꽃일 것이다. 피지 않을 이유가 없는 사람의 꽃인 것이다.   

 한참 삐야거리던 유치원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알을 품을 것 같은 선생님을 따라 유치원 건물 쪽으로 쫄랑쫄랑 가고 있다. 웬지 모를 햇살이 까르르 웃을 것 같다. 바람이 휙 돌아보고 간다. 더 푸르러진 나무들이 흐믓한 자세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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