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의 영울호걸들이 나라의 정체(政體)를 이어갈 출사표를 발원하고 있다. '말의 칼'을 휘두르며 신념의 눈빛을 번득인다. 자신이 구국의 인물임을 어필하기 위해 적토마를 채찍질한다. 은빛 갑옷을 걸치고 때로는 긴 삼지창을 꼬나든다. 금빛 찬란한 투구를 쓰고 메두사의 형상이 새겨진 방패로 제몸을 가린다.
나라(國)의 가슴이 안 보이는 대지에 서서 좌우고면하는 백성들 중에 왜소한 몸체로 끼어 있는 나는 나라의 손가락이라도 잡고 싶다. 그 손을 내밀어 잠깐 잡아주게 할 수 있는 영웅을 상상한다. 달리는 말에서 내려와 황금 투구를 벗고, 은빛 철갑을 철걱거리며 손이 아닌 얼굴을 낮추고 따스한 미소를 던지는 호걸을 만나고 싶다.
유일하게 내가 지닌 '투표의 권력'으로 말의 칼이나 번득이는 사이비 영웅을 그의 화려한 저택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삼지창을 숨기고 용(龍) 형상을 새긴 방패로 자기의 외면(?)을 지키고자 감언으로 껄껄대는 거짓 호걸을 그의 높은 빌딩 사무실로 가라! 가라! '몽둥이의 힘'으로 홈런을 칠 것이다.
나라가 뒤숭숭하면 책사(策士)와 모사(謀士 )가 영웅 밑에서 들끓는다. 정가(政街)가 어지러우면 간사( 奸詐)와 교언( 嬌言)이 와글거린다. 목소리만 요란한 영웅과 행동만 과장된 호걸은 모리배들 아첨 위에 군림하기 쉽다. 투표의 힘 밖에 가지지 못한 백성들이 낮은 곳에서 매일 나라의 텃밭을 일구고 가꾸고 거둬들이는 수고를 직시하지 못한다. 힘없는 백성이 자기의 힘이 되는 순리(順理)를 모르는(간과하는) 영웅호걸은 돈키호테의 아이콘에 지나지 않는다.
거짓과 불신의 도가니로 가마솥이었던 올해의 이른 봄을 건너 늦봄의 신록을 바라보고 있다. 일찍 다가올 초여름 어귀에 서면, 진정한 영웅호걸이 나타날 것이다. 백마(白馬)가 아닌 조랑말을 타고 다가올 것이다. 노새의 등에서 온화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하마평(下馬評)이 아니라 주마평(走馬評)으로 칭송을 할 것이다. 어느 길로 달려가서 전승되어 온 성(城 castle)에 여장을 풀고 졍견 제 1호: ????? 담화문을 현수(懸垂)할 것이다.
기다려 진다. 기대를 가진다. 기댈 곳이 생긴다. 기존의 구태를 벗을 것이다. 기쁨에는 기만이 섞일지도 모른다. 기다란 희망이 점점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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