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던지는 한 표. 21 事前投票 - The 21 preliminary election. 심연(深淵) 바닷가에서 섭조개 껍질 하나 줍는다. 검은 빛 표면에 검정 매직펜으로 내 이름을 적는다. 같는 검은 빛이라 글자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부채 조개껍질로 할까 망설인다. 둥그스름한 떡조개면 적당하겠다. 심드렁하게 쓴 검정색 이름이 선명하다. 찬성할 곳은 세 군데..무작위로 던져볼까 또 망설인다. 찬성할 곳 보다 부정할 곳이 세 곳전부다. 찬성을 부르는 세 곳 모두 해안으로 밀려 든 해양쓰레기 더미가 첩첩이다. 쓰레기를 치워왔어도 밀려드는 동해 서해 바닷가의 파도에 변하지 않은 건 해조음(海潮音) 뿐이다. 물빛이 변하고 파도의 성분이 오염되었다. 발가벗고 들어가 해수욕할 여름이 다가오는데 어느 바다로 가서 발바닥을 담글까 또 다시 망설인다.
떡조개 껍질은 지천이지만 내 이름을 적고 던질 찬성 지점은 한 군데다. 그렇게 선택해야만 민주 정신이 구현된다고 한다. 두 곳에 던질 수 있다해도 한 곳마저 던지기를 망설이는데 세 곳이라고 투표방식을 개정한다고 해도 뿌듯한 선택은 불가능하다. 무엇이 옳고 그르고 좋든 싫든 유구한 나라의 국민이 된 이상 조개껍질을 휙 던져야 한다. 그게 많이 쌓인 쪽 인물이 나라의 대표 리더가 된다. 울면서 겨자를 먹는 한이 있더라도, 떡조개에서 상한 비린내가 나더라도 찬성의 패(貝)를 던져야 한다.
찬성을 애타게 부르는 세 곳 모두 해양쓰레기가 수북하지만, 그래도 좀 낮고 쓰레기 성분이 덜 더러운 곳에 악취의 높낮이를 살펴서 비린내가 가신 내 조개껍질을 던질 것이다. 쓰레기를 뒤집어 썼지만, 그 내외의 구취를 씻어내고, 한 나라의 리더로서 국민을 바르게 이끌 조짐이 보이면 그나마 아자! 이다. 나라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고 개끗한 파도를 치게 만들 수 있는 '찬성 한 곳'이면 그나마도 꿩 대신 닭이다. 아니 닭대신 꿩이다.
나의 사전 투표는 사전투표가 아니다. 6/3 당일이 본 투표의 날이라고 해도 내겐 오늘이 그 날이다. 푸른 달 5월29일에 사전투표를 하면, 누리달 6/3은 그냥 6월의 한 날이다. 평일 5월29일 아침에 투표를 하고, 오후 근무를 수행한다. 6월3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임시공휴일의 뻔뻔한 나태와 어쩌다 외출이라는 횡재를 으핫핫핫 즐길 것이다. 주어진 오후의 근무가 통째로 사라지는 쾌감을 누리기에 공인된 휴일이 된다. 사전투표가 주는 인센티브다. 월급이 햄스터 꼬리만한 내게 모든 고용주가 인정하는 임시 공휴일이 뻔뻔하지만 아주 정당한 일일 휴가가 되는 것이다.
아침을 대충 먹고 슬슬 나갈 채비를 한다.
9시 반경. 나의 떡조개 껍질을 신분증으로 제시하고 투표 용지를 받았다. 기표소로 들어가 '人' 도장을 칸 안에 찍으며 약간 손이 떨렸다. 빨간 색으로 동그라미 안에 '人' 지히는데 그 형상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 도장 옆에 찍혀 있는 후보자의 이름 보다 '人' 자가 더 어필하게 선명했다. 내가 진짜 '사람'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을까. 할수없이 선택해 찍었지만, 진짜 사람다운 사람으로 내가 사는 나라를 잘 이끌기를 바라는 마음의 기대도 들어 있었던 같다. 후보자의 반듯한 이름자 보다 더 확실한 선택을 보여주는 문자였기 때문이다. 투표소를 나와 집으로 가는 길 위의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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