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2/02 5

커피 내리는 아침

온음표 원두 한 숟가락 분쇄기에 붓는다 커륵커륵 피륵피륵 원으로 긋는 오선 위로 퍼지는 사분음표 한 악절 끝에서 다카포 되돌아 또 한 악절 두 악절 완성한 새 악보를 거름종이에 옮기면 다갈색으로 번지는 산미 꽃향의 커피 한 곡 마주 앉은 뽀얀 눈빛 반 컵 붓고 마주친 끄덕 한 줌 뿌린 다음 둥그러니 젓는다 입술로 계명을 읽고 코끝으로 음향을 맡고 혀 끝으로 듣는 자연의 교향곡 목을 타고 내려가 가슴으로 퍼지면 머리 위로 점점 세게 허리 아래로 점점 여리게 피아니시모 밝아오는 창밖의 아침 마주 잡는 손가락으로 번지는 오늘의 화음 커륵커륵 피륵피륵 안단테 모데라토 주제곡에 아다지오 변주곡으로 한참 이어지는 한 모금 쪽 두 모금 쪽 코다, 상아색 하트가 음표의 잔영으로 남는다.

글(文) 2022.02.22

눈 덮은 겨울잠

보리밭 청보리는 눈이불을 덮고 잔다 찬바람을 막아주는 눈이불 아래서 보리의 꿈을 꾼다 눈이불 덮지 않은 보리 싹이 추워보일 떄 벝두렁에 다가서면 푸른 내 꿈이 으스스하던 어느 이른 봄 폭설에 뒤덮힌 산비탈은 꿈이불 덮은 꿈이 깊었다 푹푹 빠지는 발자국을 내며 오르면 내가 산이고 산이 나이던 때 어둑한 숲속이 깊은 꿈속 같았다 마치 영혼을 부르는듯한 산새 소리는 눈이불 아래 꿈같이 들리고 이따금 귀밑을 지나가는 찬바람은 영원의 손길처럼 시렸다 보리밭의 꿈과 산속의 꿈이 눈 아래서 소곤거릴 때 그대로 눈에 묻혀 영원으로 가고 싶었던 그 어느 이른 봄 잔설이 헤진 꿈결처럼 아른아른하던 눈 덮은 겨울잠 한 자락의 풍경이었다.

수채 풍경화 2022.02.14

정물 유채

꽃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 얼굴을 대고 그들만의 언어로 속삭이고 있었다. 그들의 언어를 읽을 수는 있어도 대꾸할 수는 없었다. 들려오는 게 아니라 볼 수만 있는 언어는 늘 그렇게 문장 따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음파처럼 진동해와 내 각막을 두드리는 꽃의 언어는 색깔을 입고 더욱 선명하게 내 망막으로 투영 되었다. 그 언어를 캔버스에 받아 적었다. 의미를 모를지라도 색글자로 수록 된 꽃의 언어는 복사를 해서 붙여넣기를 해도 아름다운 속성이 변하지 않았다. 꽃 아래 과일들이 덩달아 속닥이고 있었다. 그림이 있는 캔버스에 유채 안료를 덧그리고 덧칠해서 완성한 유화(油畵) 작품. 소국 무리 정면은 다소 선명하게 그리고 좌우 부분과 상층부의 뒤로 넘어가는 부분은 흐릿하게 철하여 원근감을 주었다. ..

우리는 모인다 지나간 시간을 모아 놓고 일 분 사이마다 기억을 재깍재깍 짚어 보려고 잊었던 시간 시간 읽어 보려고 서운한 때 있었지만 기뿐 시간 적었지만 싫어할 때 보다 좋아할 때가 더 많았던 초와 분 우리는 이렇게 모인다 다가올 시간을 모아 놀고 일 분 이 분 사이마다 내일을 재어 보려고 우리가 마련해야 할 시간을 가늠하려고 어려움이 있을 테지만 무거운 책임 25시겠지만 삼 분 마다 희망을 세우고 한 시간 쯤 재깍째깍 걸어 갈 길을 바라보며 실망 위에 살짝 절망도 지나겠지만 함께 다독이며 응원하며 모든 시간 모든 세월 시시때때 우리가 한 가족인 걸 그래, 그렇지, 그랬어 그렇게 말 마디마디 리본 지어 묶으려고 병균 대유행 한길에서 감염 여부 검사 후 마스크 벗고 우리는 모였다 웃음을 나누다가 더 보태고..

글(文) 202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