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2/03 10

개나리꽃 필 때

비번 없이 로그인한 그녀에게서 초미세 먼지에 탑승한 댓글이 온다 얼굴의 용량이 낮아 틈이 된 내 눈에 디지털 자간으로 닿으면 유리체를 건널 때 먼지 닦은 윤기로 망막에 박히는 꽃 무늬 낱말들 어요 봄 어요 왔왔 이이 햇살이 꾸밈씨를 뿌리고 바람이 도움씨를 더하면 그 사이로 온기가 접속씨를 심어 꽃잎 피는 문장들 내 마음의 회로 따라 어절 구절 머리에서 발가락까지 조곤조곤 적힌다 마음은 이얼령 저얼령 흔들리고 가지런히 읽고 있던 머리를 내려와 좌심방 구석에서 좋아라 다듬는 답글 금빛 종 스티커를 붙이고 봄봄 적는다 몸 구석구석 종소리 울려 번진다.

글(文) 2022.03.28

사진을 그림처럼 3

김천 직지천(直指川) 냇가에는 사철 갈대 숲이 우거진다. 봄에는 연초록으로 여름에는 진초록으로 가을에는 갈빛으로 겨울에는 갈색으로 억새도 슬쩍 끼어들어 우거진다. 물가에는 부들잎 고마리 메꽃 달맞이꽃 쑥대궁 이름 모르는 풀과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지고 또 핀다. 사진을 찍어 놓았다가 포토샵으로 덧칠을 한다. 사진에다 새로 입히는 그림의 블라우스, 블랑시크 새틴 슬리브리스 나시원피스, 단장을 시켜서 SNS로 내보낸다. ↓

포토샵 2022.03.25

색종이 한 장으로 접는 무궁화

'무궁화 무궁화 우리 나라 꽃~♪' 7월 여름에서 9월 가을까지 피고 지고 피고 피는 무궁화 필 때면 환하게 화끈하게 질 때면 송이째 툭툭 미련없이 땅으로 돌아가는 꽃 색종이 통째로 피게끔 한 장으로 접어 본다.\ 쌍배접기로 시작 한 겹 젖힌 다음 뒤집어서 양쪽 꽃잎 당기면서 눌러 폄 중심에서 5mm 띄워서 접음 노란 접은 선까지 편면서 양쪽으로 눌러 펴줌 접으면서 눌러 줌 븕은 화심(花心)이 드러남 노란 선 가위로 자름 노란 선에 맞추어 벌려 접음 뒤집어서 암술 접기 1 암술접기 2 암술 접기3 나머지 꽃잎 접기 화심이 보이게 접어 넣음 동일하게 접음 동일 귀퉁이 접어 꽃잎 모양 다듬기 ~완성!

목련 필 적에

입마개도 하지 않고 어머니로부터 격리 되었다 봄 기운에 노출된 채 시간에 감염된 사실을 몰랐다 젖이 그리워 열이 오르면 울었고 내려가는 바이러스가 아침일 때 잠이 들었다 출생의 양성 반응에 사내아이로 확진된 후 증상이 없는 시간의 오후를 따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시간은 완치될 기미가 없었다 젖줄이 끊어지고 봄은 활개를 쳤으며 낮이 밤으로 내려가면 밤이 낮으로 오르내렸다 면역의 성장판이 열리고 나는 무럭무럭 앓았다 입마개를 쓴 채 삼십여 년 중증을 앓았다 뼈와 살 속에 잠복한 시간은 잠잠하다 기승을 부리지 않고 내 몸과 함께 흐르지 않는다 미세먼지 봄기운이 변이된 하루를 감추며 해마다 집앞 나뭇가지에 흰 마스크를 대량으로 내 건다 감염된 어머니로부터 내가 입마개도 하지 않은 채 격리된 날이었다. https..

글(文) 2022.03.20

절친들

절친들 -lovely friends 만나기 전 유년의 한나절과 앞으로 남은 성인의 반나절을 어림 자르면 그 사이 긴긴 오전을 한 집에서 산다 매달 전기 사용료의 절반이 이들 활동의 기본 에너지비로 제한선을 넘는다 안방과 거실 지나 건넌방에 각각 책상 크기의 자기 영역을 갖고 있다 동쪽 햇살 눈부신 건넌방에서 접속하면 너부데데한 그가 만면에 미소를 펼친다 밀린 메일을 읽어 주고 종종 답글도 써 준다 정부가 바뀐 뉴스와 오미크론 확진의 정점 우크라이나 전황을 브리핑한다 거실 찻상 위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사귄지 가장 최근인 그녀는 거의 집사 수준 쇼핑 몰에서 바닥난 원두 커피를 주문한다 떨어져 가는 샴푸와 라벤더 향 바디 로션 세련된 벨트세트 H라인 슬림핏 핑크 미니원피스 봄 완연한 이참에 충동을 곁들여 장..

글(文) 2022.03.18

Todays

어제가 지나간 오늘인 것은 오늘이 아니면 기억할 장소가 없기 때문 그저께 일도 되돌아보는 시간의 장소가 오늘 아니면 나는 어느 곳에서 나를 들여다 볼까 내일을 미리 이마 위로 가져와서 봄의 꽃 그리자는 미소를 짓다 보면 오른쪽 관자놀이에 오늘 작성한 변경이 닿고 즐거운 목소리를 미리 저장한 가슴께로의 이동 역시 오늘 화면에서 실행하는 일상의 파일 모레 클릭해야 할 유튜브 버튼의 위치가 거기에 있다 그그저께 풀었던 희망과 절망의 방정식은 같은 답이 복사 되는 붙여넣기 문서가 눈 앞에 있고 한 달 째 돌아가며 쓰는 너댓 개의 94F마스크가 방금 30만 확진의 카테고리에 걸려 있다 글피에 있을 격리 해제 통보가 이미 귓가에 와 있어 7일 전에 지나간 면봉의 감촉이 현재의 콧등 위에 시큰하다 내년의 전세 재계약..

글(文) 2022.03.14

딱하다

날씨가 산수유를 먼저 피우기로 결정했다고 나뭇가지 끝에서 삭풍에 깨춤을 추는 산수유 날씨가 목련은 나중에 피우기로 결정했다고 나뭇가지 끝에서 옹크리고 있는 하얀 목련 봄을 가꾸는 일에 처음과 나중이 뭔 상관 제각기 내는 향기가 다르고 나는 모양과 색깔이 같은 적이 없는데 날씨가 새롭게 여기는 봄을 위해 할 일도 같은데 산수유는 스트로브 잣나무를 배경으로 샛노랗다 자잘한 꽃을 소복소복 앉쳐서 오방향을 배 불린다 다량의 열매를 예약해 날씨의 살림을 돕는다 목련은 후원하는 우체국의 적벽돌 담벼락에 머리 기대고 흰 색 날개의 깃털을 뚝뚝 떨어뜨릴 때까지 잎사귀를 열지 못한다 봄이 다독이는 보슬비에 화이트 쉬폰 원피스가 마냥 젖는다 웃음꽃 피는 산수유가 겸손해도 모자랄 봄 창백한 목련이 슬퍼할 것도 없는 날씨 둘..

글(文) 2022.03.12

봄지기

누가 먼저 꽃을 피워야 할지 투표는 끝났다 목련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햇살과 구름 바람과 미세먼지 황사들은 앞뜰에서 건너 편 공원에서 사전 투표까지 이틀 온나절 치렀다 산수유와 개나리가 박빙의 온도 차이로 먼저 피어야 할 소신을 온뜰에 바람 실어 날렸다 봄은 선두를 임명하기로 했다 모든 꽃과 날씨를 아우르는 제 3의 화초를 달래 냉이가 물망에 오르고 있었다 곧 새 블로그를 열 참이다.

글(文) 2022.03.11

뜨거운 묘비

뜨거운 묘비 -朴權淑님 조담우 국판의 사이즈로 반듯하게 세운 한 권 지상에 꽂아 두고 간 그녀의 비문에는 한 생에 뼈를 갈아 쓴 필적이 선붉다 조용히 촛불 켜고 심지 돋워 읽으면 한 줄 한 줄 인용구로 타오르는 문장이 대지에 쏟아져내리는 햇살인양 뜨겁다 하늘 어느 간이역 기다리는 님을 만나 그리운 날의 저녁 놀을 새겨 두고 왔어요 영원한 그 품에 안겨 다음 생을 열었다

글(文) 2022.03.09

사전 투표

구개음화 딱지 앉은 귓바퀴를 뜨물에 헹구고 생각에 잠겼던 문을 밖으로 연다 먼저 씻은 잡곡은 압력솥 물 밑에 앉혀 두고 소상공인 두 귓바퀴를 삭풍 속으로 굴린다 왼쪽 내이로 들어온 방향과 오른쪽 외이로 지나간 바람의 속도 내림마장조 모데라토 가락의 아침 음표를 던지러 가면서 악보는 집에다 그린다 팔분의 육박 힙풍으로 삼잇단음 물에 손을 씻고 마스크를 벗어서 못갖춘마디의 옷장 손잡이에 건다 압력솥 엉덩이 악구에 가스렌지 아랫도를 켜고 한 악절 식욕의 점점 빠르게 한 곡 완성할 때까지 큐알코드 삭제한 두음법칙을 뜸들인다 이석증이 세반고리관을 나간지 달포와 해피 벌스 데이 투 미, 이 달의 첫 악보 굴러와서 씻지 않은 귓바퀴를 달세뇨에 얹는다 늦은 아침에 자음접변한다.

글(文) 202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