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청보리는 눈이불을 덮고 잔다
찬바람을 막아주는 눈이불 아래서 보리의 꿈을 꾼다
눈이불 덮지 않은 보리 싹이 추워보일 떄
벝두렁에 다가서면 푸른 내 꿈이 으스스하던 어느 이른 봄
폭설에 뒤덮힌 산비탈은 꿈이불 덮은 꿈이 깊었다
푹푹 빠지는 발자국을 내며 오르면
내가 산이고 산이 나이던 때
어둑한 숲속이 깊은 꿈속 같았다
마치 영혼을 부르는듯한 산새 소리는 눈이불 아래 꿈같이 들리고
이따금 귀밑을 지나가는 찬바람은 영원의 손길처럼 시렸다
보리밭의 꿈과 산속의 꿈이 눈 아래서 소곤거릴 때
그대로 눈에 묻혀 영원으로 가고 싶었던
그 어느 이른 봄
잔설이 헤진 꿈결처럼 아른아른하던
눈 덮은 겨울잠 한 자락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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