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3/02 12

꽃을 보는 시간

흰 눈이 볼을 얹자 붉게 피는 꽃 차가운 볼과 붉은 꽃잎 곁으로 삭풍이 후~ 바다를 건너와서 행짜를 놓는다 봄일랑 오거든 펴! 꽃에다 구실을 붙이다니 핑계 않고 볼을 얹은 눈이 희디 희다 설렁설렁 지나간 바람 뒤로 먼저 와서 말 없던 햇살 조용히 수은주를 밀어 올린다 꽃은 수줍기만 하다 다 끌어안고 붉기만 하다 봄이 오면 그 가 피울 꽃 이름 하나 무슨 깐으로 희든 붉든 노랐든 시간을 거머쥐지 않는 꽃을 본다.

2023.02.03

TIME MACHINE

스마트 폰에 탑승한다. 1981년 2월7일로 간다. 부산 송정 바닷가 어촌계장집의 사글세 방에 도착. 지척의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봄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매일 찾아오는 햇살은 플라워 스커트를 입었다. 구멍 숭숭한 창호문 밖에 가끔 바람이 지나간다. 연탄 아궁이의 이산화탄소 향기가 선득하다. 가끔 와서 샴푸 향내 풍기는 여자의 잔흔처럼 설핏하다. 셋방살이 무직자 스물여덟 청년은 가난했다. 그림을 그렸지만 변변한 스케치북조차 없었다. 헌 접시 팔레트엔 물감이 말라 있었다. 글을 썼지만, 원고지가 떨어지면 보름이 훌쩍 지나갔다. 마당 건너 해변에 발길 닿으면 달이 어두운 수평선 위에 두렷이 웃고 있었고 청년을 별로 웃지 않았다. 별이 희미한 천청색 (淺靑色) 허공에 그리움이 늘 아득했다. 가끔 와서 청년..

소묘 202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