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구정(舊正)이 없네 부모 형제자매 다 모여서 떡국 다례지내고 삶이 어쩌구 내일이 저쩌구 어쩌다 만두속 김치가 입밖으로 나오지만 모른 척 산적 하나 집어가는 설날이 있네 모사(茅沙)그릇 술을 부어 마시는 정월 초하루 단군기원(檀君紀元) 4357년 설날이 있네 해마나 새롭게 돌아오는 달(月)의 첫 맥박에 둥글어지는 대보름에 시름을 부럼깨고 횃불 지펴 그를 맞이하면 방패연에 실어 보내는 액땜이 밤새 밝은 그 정월 오곡밥 부른 행복이 아무리 옛스러워도 어찌 낡고 오래된 정월의 풍경이랴 서려기원 (西歷紀元) 신정(新正)이 뭐라하든 구정(舊正)은 내게 없네 윷놀이 삼세판에 설거지가 즐거운 설날이 있을 뿐 고향으로 달려가는 설날이 다가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