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4/02 7

입춘 시조時調 한 수

폭설과 폭음하다 내 몸은 네 맘처럼 무작정 희지 않다 일상이 고층이라 어지러운 눈이 흐려 너에게 발목 빠진들 뿌리내릴 깜냥일까 아무리 두절된들 나는 내려가야 한다 오르막 모퉁이서 미끄러져 뒹굴 때면 맨살의 너에게 안겨 고립되고 싶는 시름 사람의 푸른 땅에 봄이 온다 할 적마다 심술 반 유혹 반 손목 잡는 섬섬옥수 놓아라 해 뜨기 전에 일하러 가야한다

글(文) 2024.02.24

밤비 봄비

밤비 봄비 속삭이길래 봄비라면 라면사리 순한 면발 보슬보슬 산발머리 감겨 줄게 샴푸는 라벤더 향 꿈결에 뭔 말 못하나 그냥 저냥 밤비라면 매운 면발 후득후득 봄의 손목 끌어다가 손아귀에 넣어 줄게 무두질 한 소끔에 보드라운 하품 주룩주룩 촉촉한 아침에 뭔 약속인들 미루나 지껄이길래 당장 봄이라면 삼각으로 빚은 입질 한 입 목덜미 감아 줄게 숨 쉬는 시간 일 분 미리 찢은 달력에 3월을 걸어 놓고 오늘 하루 뭔 일로 아자아자 안 하려나.

글(文) 2024.02.19

고향이 되다

내 삶의 산골짜기 맑고 푸른 상류 머리 물가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졸졸 내려 보냈네 지느러미가 자라고 꼬리가 길어진 후 그리움의 알을 낳을 때마다 거기로 다시 갔네 영원한 고향일 것 같았네 몇 번이고 되돌아가는 크고 멋진 연어가 되었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물가 밖으로 떠나 버린 후 그리움은 하류로 내려와 부화를 꿈꾸었네 종종 눈물이 실개천 흘렀지만 거기 삶의 알을 슬 때마다 소용돌이 수면 출렁이고 부화한 내일의 치어들이 지느러미와 꼬리를 키워갔네 곤들매기와 홍송어들이 알을 넘볼 때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여울목에서 나를 지켜볼 때처럼 삶의 흐름 구비마다 심안(心眼)을 산란했네 상류 머리 골짜기의 맑고 푸른 둥지를 잃은 뒤안길 물안개 서리는 하류 여울 찾아오는 연어들이 파닥파닥 자꾸 내일이 푸르러 가서 나 ..

글(文) 2024.02.10

재능기부 그 이상의 반대급부

기부 제목은 '미술생활(美術生活)-나로부터 그림찾기' 였다. 한 마을에서 오랫동안 미술학원을 하면서 생활의 기반이 되어 준 마을에 작은 재능이나마 기부하기로 했다. 소시적에 혹은 학창 시절에 꿈을 혹은 관심을 가졌지만, 이루지 못했던 그림(繪畵picture)에 대한 향수를 공유하며 소소한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취지였다. https://blog.naver.com/jodamwoo벌써 5 년여 시간을 적립했다. 그 긴 날 동안 꾸준히 함께한 분들이 있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중단한 분들도 있었지만, 속속 새로운 신입반이 만들어지고 이어지면서 이 계획을 잘 시작했다는 뿌듯함을 가지게 되었다. 재능기부는 무료(無償)라는 이미지가 선행되지만, 시설을 이용하는데 대한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는데 상식의 액수를 넘지 않는 수..

글(文) 2024.02.06

봄이 기지개를 켜네

봄이 막 겨울잠에서 깼네. 하품을 하는지 비가 찔끔 볼에 젖네. 눈곱 낀 미세먼지를 훔치고 나뭇가지 팔벌려 아침 하늘 쳐다보네. 회색 구름을 덮었지만 포근한 차렵이불이네. 서쪽으로 걷어차서 산 능선 위로 구겨진 기슭의 숲. 자명종이던 새 소리 반복해서 울리고, 부지런한 거리의 차들 창밖에 들리네. 잠옷 부드러운 한 자락 당기면, 그친 비 눅지근한 종아리, 뿌리치지 않는 손목이 머리맡 허브 꽃병. 겨울의 잔해 부스스한 머릿결이 화르르, 뾰족하게 내민 입술로 모이는 앙살을 다듬네. 흘긴 눈이 깜찍해서 나머지 손목, 저, 저 지난 겨울 움추렸던 고집을 좀 봐! 이 번 봄에는 꼭 진달래를 그릴 거야. 화실 구석에 밀린 작은 캔버스를 핑계 삼네. 표독스러웠다가 금세 호홋 둥그러지는 미소.............오!..

글(文) 2024.02.04

책 만들기

또 한 권의 책을 엮었다. 이번에는 형제 중에서 글과 그림을 즐기는 아우(熙衍)의 글과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글과 그림에 대하여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차분한 논리와 감성으로 일상의 경험과 체험을 창연하게 기록했다. 그림은 주로 컴퓨터나 핸드폰 앱으로 그렸고, 때로 연필에 의한 소묘도 비켜가지 않았다. 그가 운영한 블로그에 수록된 글과 그림을 가져와 편집을 했는데, 부크크 자가출판 플랫폼 www.bookk.co.kr/ 에서 제공하는 편집 프로그램으로 초안을 작성했다. 각 판형별로 편집 프로그램이 한글과 워드로 짜여 있어 글과 그림을 규격 안애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었다. 표지를 판형 크기에 맞춰 제작할 때 조금 어려웠는데, 포토샵(GIMP2.10)으로 판형 크기에 맞춰 제작했다. PDF로..

글(文) 2024.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