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책 한 권을 갖는다는 메모리를, 집 한 채를 갖는 용량의 USB 메모리와 동량으로 여길 수 있을까. 실제로 가져 보면 별 시답잖은 생각으로 치부하지 않을 것 같다. 집 한 채를 짓는 로드 맵(road map)과 책 한 권을 쓰고 편집하고 출간할 때까지의 마인드 맵(mind map) 이 엇비슷한 나뭇가지를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땅 위에 집을 짓는다면, 종이 위에 책을 짓는다. 집을 짓는 공사 기간 만만치 않게 글을 쓰고 출간하기까지의 편집 기간이 서로 다르겠지만, 각기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게 심혈을 기울일 테니까 말이다. 집 한 채를 완공하고 햇살 가득히 들어오는 거실 창가에 앉아 하늘을 보면 무척이나 맑고 푸를 것이다. 완간한 책 한 권을 들고 오후의 햇살이 비껴드는 창가에서 펼쳐 들면, 그 안에 담긴 활자들이 잊고 있었던 마음의 길과 생각의 물가를 새롭게 서술하여 오! 아! 그랬지 그랬어. 감정의 무릎을 탁탁 칠 것이다. 집 한 채가 몸의 안정을 먼저 가져다 준다면, 책 한 권은 마음의, 생각의 긍정과 지혜의 메모리를 생성시켜 줄 것이다. 그래서 책 한 권을 갖게 되면 다음 책을 쓰고 싶어진다. 그 게 저명한 작가의 글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이 없다. 서툴지만 가장 나다운 글과 내용이 바로 나의 유일한 내면일 테니까 말이다. 또 한권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내 형제의 피같은 문집이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이 아이 제너레이션AI GENERATION (0) | 2024.01.21 |
---|---|
겨울 바다 (0) | 2024.01.14 |
서력기원 2024 -1-1 (0) | 2024.01.01 |
새해를 따지다 (0) | 2023.12.31 |
세밑歲暮the year-end (2) | 2023.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