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가을 나무 3

가을 나무

알곡이 여물어 가을을 알리지만 꽃을 보낸 열매가 알곡과 더불어 가을을 떨어뜨리지만 가을을 가을답게 맞이하는 나무는 온 몸으로 가을을 서술한다 벌레가 받침을 먹어버린 이파리에서 땅에다 일기를 적는 낙엽에 이르기까지 나무가 빠뜨린 이야기는 해와 바람이 거들어 적는다 공원의 뜨락까지 가득 낙엽을 채울 때면 그 페이지에 서리도 한 문장 젖빛으로 적는다 탈고를 끝내고 선명하며 간략한 줄거리로 곧 또 한 해의 한 권을 땅 위에 꽂아 놓는다.

글(文) 2021.10.22

나뭇잎의 말

낙엽은 가지에 달려 있을 때 보다 많은 말을 한다 눈동자로 한 길 모퉁이를 불록쳐도 본체만체하지만 신발의 밑창으로 옆구리 한 곳만 클릭하면 응답이 바로 온다 가을 화풍 정기 작품 전시 일정에 따라 대지미술 모자이크 작업 중이라고 햇살이 지원하는 광합성이 끝나고 풍부한 색감의 표정을 짓기 위해 안토시아닌 복용을 늘렸다고 바람 도슨트가 작품 설명을 잘 할 수 있게 다중언어를 내장했다고 집까지의 거리가 너무 짧아 머뭇거리는 발길과 읽고 있는 책갈피에 서표가 필요한 눈길과 이메일 쓰기가 너무 건조해서 특별한 편지지를 찾는 맘길이 닿을 때 하나씩 집어가며 완성하는 작품이라고 눈으로 듣는 사람들과 부리로 읽는 새들이 참여한다 나는 맨발로 참석한다 낙엽의 말이 족궁을 지나 심장으로 연결 된 경락을 울린다 낙엽은 나무..

글(文) 2020.10.31

불타는 나무

안토시아닌을 다량 복용한 집 앞 공원의 느티나무 온몸에 드러난 홍조가 아주 붉다 못해 발갛다 뿜어져 나오는 홍염이 공원을 태우는데 산수유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모과나무 열매가 그을려 노르스름하다 그 아래 지나가는 나는 가슴을 데인다 단풍잎으로 입을 가린 짝꿍이 옆에 있을 때처럼 더워진다 눈을 못 떼고 있는 시리우스 새벽 별과 눈을 맞춰 농도를 낮추고 주택가 서쪽 골목에서 불어오는 시린 가을 바람으로 열을 식힌다 얼른 폰으로 찍어 전송한다 짝에게 눈을 비비며 들여다 본 후 저녁에 두고 보자는 앙탈이 생기기를 바란다 바로 온 답신 ㅋ~ㅋ~ㅋ 잠시 예쁘게 미운 한 잎 발 밑에서 찾는다 눈치챈 낙엽이 들어 본 언어로 말한다 마음도 나뭇잎 같아서 푸를 때와 붉을 때가 공중에서 지면으로 움직인다 지긋이 반복한다 ..

글(文) 2020.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