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불타는 나무

담우淡友DAMWOO 2020. 10. 26. 07:47

 

안토시아닌을 다량 복용한   공원의 느티나무

온몸에 드러난 홍조가 아주 붉다 못해 발갛다

뿜어져 나오는 홍염이 공원을 태우는데

산수유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모과나무 열매가 그을려 노르스름하다

 

 아래 지나가는 나는 가슴을 데인다

단풍잎으로 입을 가린 짝꿍이 옆에 있을 때처럼 더워진다

눈을  떼고 있는 시리우스 새벽 별과 눈을 맞춰 농도를 낮추고

주택가 서쪽 골목에서 불어오는 시린 가을 바람으로  열을 식힌다

 

얼른 폰으로 찍어 전송한다

짝에게 눈을 비비며 들여다   저녁에 두고 보자는 앙탈이 생기기를 바란다

바로  답신

~~

 

잠시 예쁘게 미운    밑에서 찾는다

눈치챈 낙엽이 들어  언어로 말한다

마음도 나뭇잎 같아서 푸를 때와 붉을 때가 공중에서 지면으로 움직인다

지긋이 반복한다

그래서 나는 백팩의 멜빵을 힘차게    당겨 멘다

나도 붉게 타면서

멀리서 다가오던 코로나가 멈칫하도록 

분명하게  마스크를 콧등 위로 밀어 올린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비가 내리는 행성  (0) 2020.11.09
나뭇잎의 말  (0) 2020.10.31
가다가 아무 데서나 커피 한 잔  (0) 2020.10.16
옥상에서 커피 한 잔  (0) 2020.10.11
타향의 가을  (0) 2020.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