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품은 가을 빈 들 만큼 넓었지만 패딩을 입은 채로 안겨도 너는 맑고 투명하게 차가웠다 나는 양말을 벗지 않았고 누나가 털실로 짜 준 덧양말까지 신고 있었다 어머닌 목도리까지 감아 주며 네게서 옮아올 독감 그리고 코로나 변이바이러스까지 별소리에 담았을 때 나는 반짝반짝 예리해져 가는 너의 눈빛을 의심하지 않았다 빙점에서 눈금 하나 아래로 꿈쩍 않는 네게서 너의 가슴 더 아래 쪽 얼지 않은 샘 그 그믐밤에 졸졸 잠꼬대 흐르는 지점에 나의 비등점을 찍었다 네가 언젠가는 단잠을 깰 것이라고 나의 집적거리는 입질에 온기 어린 물길을 열 것이라고 네가 떠났다가 다시 와서 동지섣달 꽃잠을 자더라도 청보리 나부끼는 들 만큼 뒤척일 걸 의심하지 않았다 너의 앞섶 뒷섶 차가운 옷깃 모두 들추며 체온을 한 곳에 모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