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겨울을 기다리며

담우淡友DAMWOO 2022. 11. 25. 07:57

  너의 품은 가을 빈 들 만큼 넓었지만
  패딩을 입은 채로 안겨도 너는 맑고 투명하게 차가웠다
  나는 양말을 벗지 않았고 
  누나가 털실로 짜 준 덧양말까지 신고 있었다
  어머닌 목도리까지 감아 주며 네게서 옮아올 독감
  그리고 코로나 변이바이러스까지 별소리에 담았을 때
  나는 반짝반짝 예리해져 가는 너의 눈빛을 의심하지 않았다
  빙점에서 눈금 하나 아래로 꿈쩍 않는 네게서
  너의 가슴 더 아래 쪽 얼지 않은 샘
  그 그믐밤에
  졸졸 잠꼬대 흐르는 지점에 나의 비등점을 찍었다
  네가 언젠가는 단잠을 깰 것이라고
  나의 집적거리는 입질에 온기 어린 물길을 열 것이라고
  네가 떠났다가 다시 와서 동지섣달 꽃잠을 자더라도
  청보리 나부끼는 들 만큼 뒤척일 걸 의심하지 않았다
  너의 앞섶 뒷섶 차가운 옷깃 모두 들추며
  체온을 한 곳에 모은 손길로 잠길을 열면
  너는 마침내 사륵사륵 실눈을 뜰 것이라고
  내가 패딩과 양말을 벗고도 으스스 안 떨 걸 예감해서
  미리 만남의 동의서에 동그라미 를 쳤다
  내가 자지러지는 서명을 휘갈겨 놓았다.     


겨울의 남친 여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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