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국화 5

국화에게

춥지, 햇살 한 겹 벗어 줄게 내 등에 앉았던 아침이야 침대 머리맡까지 와서 베개 밑으로 맨손 집어 넣었지 그녀의 체온 쯤 귓불 대지 않아도 아늠살 위로 눈꼽 굴리지 않아도 밤을 견딘 내가 네게 주지 못할 이유 또 주고 싶은 내 맘 안 쪽 한 옹큼 미적댈 만용 같은 거 없지 비록 거리의 시선 단풍 드는 현관 앞에 너를 세워 놓는 우리의 관계 서리 하얀 아침 풍경이지만 내 맘의 물기 반 넘게 주면서 신발장 앞에 들여 놓는 저녁까지 나시 탑 상의 눈부신 너를 잠시 잊을 거야 가끔 널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 곧 정오가 따스할 것 같다.

수채 정물화 202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