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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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사랑한 꽃

노란 하트 네 꽃잎 손 모으고 상현달이 기우는 저녁부터 달이 서쪽 산을 너머 가버린 뒤에도 이슬 새벽 아침까지 모은 손을 풀지 않는 달맞이 꽃” 늑대를 피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을 타고 올라가 해와 달이 된 오뉘는, 누이가 지상에 남은 이웃 총각을 못잊어 날마다 그리워했다. 보다 못한 오빠는 땡볕으로 총각을 열사병에 걸려 죽게 했다. 누이는 밤마다 슬픔에 그리움에 울었다.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노란 꽃이 피었다(이 부분은 설화적 사실^^*). 죽은 총각의 혼이 꽃속으로 스미어 들어 달이 뜨는 밤마다 활짝 피었다. 햇살이 따가운 낮에는 얼굴을 숨기느라 가리고 움추렸다. 달이 뜨지 않는 밤에도 활짝 피어 달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계절이 바뀌면 다시 그 자리에 와서 변함없이 피었다.

글(文) 2022.07.09

추석을 둥글게 건너온 달이 추분 절기 거너온 해가요 가을 아침 조금 늦게 와서 떠미는데도 서쪽 하늘에 미적대고 있네요 오른쪽 볼이 약간 꺼진 채로 창백하네요 송편을 많이 먹은 탓일까요 토사곽란을 겪었는지 자식들 못 볼 꼴을 본 탓인지 어쩌면 달도 미련이 있는걸까요 지구를 떠나지 못하고 빙빙 돌며 가려져 찌그러졌다가 둥글어졌다가 꼭 울엄마 사진 앞에서 울었다가 웃었다가 그리움 끊지 못하는 내 둥근 상판대기 같네요 다시 둥글어져 활짝 웃을 때 쳐다 보면 해가 아무리 행짜를 부린들 저 맑은 표정에 어찌 눈이 부셔 눈을 가리겠어요 초인종 버튼 누르듯이 엄마, 부르면 천청색 하늘이 열리며 오래 잊었던 얼굴이 둥글게 뜨는데요 저녁에 활활 타다가 후다닥 서산을 넘어가는 해보다 백배 낫네요 얼굴이 반쪽이 될 때까지 미..

글(文) 2021.09.24

추석 달

눈을 뜨니 새벽 3시, 삼경입니다 한가위 보름달이 중천에 떠 있었습니다 마치 금단추처럼 천청색 하늘 옷깃을 여미고 있네요 하늘 대문의 초인종의 버튼 같기도 하고요 너무 밝아서 옆에 있는 해왕성이 아예 보이질 않아요 가장 밝은 목성마저 남쪽 하늘가 멀리 희미하고요 계신 곳이 해왕성인가 보다 생각했어요 이승의 사람들이 죄다 쳐다보는 달이니 추석에는 아버지 어머니도 졸리운 혼을 깨워 달의 왼쪽 옥토끼 산으로 건너와 계실 거라고도 생각했어요 아는 사람은 알테고 모르면 달만 밝겠지요 초인종 버튼처럼 눌러 봅니다 멀고 먼 해왕성 보다 지구에 가까운 달에 살고 계셨으면 안성맞춤이다 생각했습니다 가까워서 달문 여는 소리 들리고 생전에 두 분 옥루몽 읽어 주고 들어 주는 모습 보일 것 같네요 21세기 가장 큰 재앙이 된..

글(文) 2021.09.21

더운 밤

하현달은 늘 아쉽다 느지막이 떠서 열대야 밤길을 느리게 간다 더워서 내 잠길 마저 걸음 느린 밤 나는 달을 쳐다보고 달은 나를 내려다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각자 제 길을 간다 아침에 다시 보면 달은 아직도 넘어가지 못한 서쪽 광야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동쪽 물가에 벗어 놓고 온 날개옷 때문일까 나도 감추고 싶었던 그 밤의 컴컴한 날개옷 물가의 바위나 나뭇가지에 걸려 있을 것이다. 지금쯤 고라니가 뒤적여 보겠지 사슴이 입고 갔겠지 해가 떠미는데도 달은 미적거리고 있다.

글(文) 2021.07.30